전세사기…예방은커녕 늘 한발 늦는 대책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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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전세사기…예방은커녕 늘 한발 늦는 대책추진 전세사기·깡통전세로 더 이상 불행한 일 반복되지 않도록 나서라

기사입력2023-04-19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진행중인 경매 절차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첫 희생자가 나온 후, 전세사기 피해자 모두 3명이 잇달아 세상을 등진 이후다. 국가는 이번에도 절박함에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을 구하지 못했다.

일명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사기 일당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필요한 조치와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 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형식적인 대책만 내놓았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 광주, 대전, 포항, 제주 등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손 내밀 곳이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얘기다.

피해자들은 이번 전세사기 피해 사건을 사회적 재난이라고 했다. 갭투기가 가능했던 전세대출 확대 정책,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묻지마 보증, 정부와 지자체의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 부실 등 국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가시 피해자 등과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진=참여연대>

피해자들 중에는 20~30대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유난히 많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가정을 이룬 곳에서 꿈을 빼앗긴 상처는 클 수 밖에 없다. 경매를 통해 구제를 받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환 받을 수 있는 보증금도 적다. 또 국세, 상속 등의 문제로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예방책은 늘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나 나오고, 피해지원은 극단적인 상황이 돼서야 부족하게나마 시작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책위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TF 구성과 대통령 면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피해자 상담 및 지원 시스템 개선 ▲피해주택 경매 일지중지, 긴급주거지원제도 개선 ▲대출연장 보장, 대환대출 및 버팀목대출 지원조건 완화, 경락자금대출 도입 등 금융지원 강화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경매 시, 당해세(국세, 지방세) 감면 또는 변제순위 조정, 제도개선 소급적용 ▲상속재산 처리 절차에 공공 개입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 범죄수익 환수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들과 만나 피해 상황을 들어야 한다. 현행법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특별법을 통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 이상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을 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