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위태·적자가구 확대’에 눈감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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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실질소득 위태·적자가구 확대’에 눈감고 있나 가계경제 위기 확산에도 정부의 위기감 안 보인다

기사입력2023-05-2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양호한 고용흐름 및 전반적인 소득 증가세가 소득·분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 25일 통계청이 가계소득과 지출 등을 담은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의 설명자료를 보면, “총소득이 4.7% 증가”하고, “취업자 증가 등 양호한 고용시장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8.6%)”한 사실이 첫 머리에 등장한다. 최근 가계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소득은 3분기 만에 감소에서 보합(0.0%)으로 전환”된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대목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소득이 이렇게 증가했는데,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이었다는 건 여전히 물가상승이 가계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실질소득은 6.0% 증가했고, 2분기에는 6.9%가 늘었다. 그런데 3분기 들어 -2.8%로 감소전환했고, 4분기에도 -1.1%로 감소한 바 있다. 물가상승률이 소득증가를 크게 앞질러,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든 가계경제의 위기가 심각했다. 이 위기가 올해 1분기에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가계동향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여전히 실질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실질소득은 지난해에 비해 -1.5%를 기록했다. 2분위(-2.4%)와 3분위(-2.1%) 역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소득이 하위 60% 수준인 중산층 마저도 실질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인데, 이를 “전반적인 소득 증가세”라고 평가하는 것은 안일한 인식이다.

전체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를 근거로 양호한 고용흐름이라 평가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와 20~40%에 속하는 2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은 각각 -1.5%, -3.8% 줄어들었다. 근로소득 증가는 주로 상위 20%인 5분위(11.7%)와 4분위(10.8%)에서 있었다. 기재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흐름 악화가 근로소득 감소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단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적자가구의 전체 비율은 1분기 들어 26.7%로 지난해 1분기(23.5%)보다 3.2%p 증가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의 적자가구는 62.3%로 1년전(57.2%)보다 5.1%p나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2분위(3.0%p), 3분위(1.5%p), 4분위(3.8%p), 5분위(2.3%p)까지 모든 소득분위에서 전체적으로 적자가구가 늘어났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터인데, 물가의 급상승이 소비지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면 우려스러운 면이 크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가계수지 적자가구가 늘어난 것은 가계경제의 위태로운 일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계소득과 고용에 대해 정부가 안일한 평가를 내리고 있으니, 우려가 더욱 커진다.

기재부 역시 “취약계층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 복지제도 보장성도 강화”하겠다고 밝히긴 했다. 또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요금 인상이 단행됐고, 하반기에도 가계경제에 부담이 되는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단기간에 거대한 충격이 발생하는 위기만 경제위기가 아니다. 저소득층의 고통과 부담이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가계경제의 위기다. 이런 때에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정부를 보니 우려가 더욱 커진다. 자화자찬에서 벗어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가계와 민생경제의 고통은 더욱 장기화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