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근절·연차휴가 보장 언급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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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장시간 근로 근절·연차휴가 보장 언급 없었다 근로시간 개편, 52시간제 예외 초점…포괄임금 폐지 안한다

기사입력2023-11-13 16:46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놓고 벌인 대대적인 여론조사에서, 장시간 근로 근절과 연차휴가 보장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52시간제 예외 도입에만 초점을 맞춘 입장을 내놓았다.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에 관해 총 6030명의 근로자, 사주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면접조사와 집단 심층면접(FGI)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주 69시간제’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추가로 계획된 여론수렴 과정이다.

조사결과, 근로자 3839명 중 27.0%는 최근 6개월 이내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발생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 근로시간 규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봤다고 응답한 사업주 142명 대상 조사에서는 54.8%가 주 52시간 초과 연장근로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장시간 근로 발생 이유로는 ▲고질적인 인력난 및 추가 인력 채용부담(노 50.9%, 사 54.5%) ▲예측하기 어려운 수주, 납품 등에 따른 경영상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노 43.5%, 사 51.2%) 등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관행적으로 야근하는 직장문화, 눈치 보기 관행 때문이라는 응답의 경우 사업주(14.6%)에 비해 근로자(25.8%) 응답 비율이 높았다고 짚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시 우선 고려사항(2개까지 선택)으로는 일한 만큼의 임금 보장(노 57.0%, 사 49.5%, 국민 63.7%)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노 34.3%, 사 29.6%, 국민 44.8%)이 뒤를 이었다. 장시간 근로 근절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연차휴가 사용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2개까지 선택)

출처: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정량조사 결과보고서 <자료=고용노동부>

연차휴가 사용 활성화 방안(2개까지 선택)의 경우, 기업 문화 혁신(노 46.6%, 사 50.8%)과 단체 휴가 제도화 및 확산(노 34.7%, 사 33.3%)을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반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노 20.9%, 사 13.7%)의 경우, 5가지 선택지 중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3월 근로시간 개편안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대가를 임금으로 받는 대신 휴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업종 주 60시간 한도 설정 전망

이날 고용노동부 이성희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대부분 업종에서 주52시간제가 상당 부분 정착되었지만 일부 업종·직종의 노사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 하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등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을 예로 들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포괄임금에 대해서는 “포괄임금 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입법적 규제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포괄임금을 이용한 임금체불을 뿌리뽑기 위해 익명신고센터 운영과 맞춤형 근로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와 여론조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는 주 5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 60시간 한도를 설정하는 선에서, 어느 업종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대상이 될 지가 관건일 전망이다.

반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주 4일제나 주 48시간 근무 등 총 근로시간 축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연차휴가 역시 관련 조사는 이뤄졌지만 보장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포괄임금제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폐지는 물론 제도개편의 대상도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또,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에 한해 단속과 근로감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근로시간 개편의 최종안에 대해서는 노사정 대화로 공을 넘겼다. 고용노동부는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로 근로시간 개편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노동단체와 경제단체에 노사정대화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양대노총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노동단체들과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