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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 지역 도서관 “기간·예산 늘렸으면”
아이·부모 모두 만족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포기하는 곳도 있어
- 기사입력2024-01-07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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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에 위치한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의 배선희 관장이 독서를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저 작년에 도서관에서 하는 돌봄 프로그램 다녔었는데, 올해도 또 다니고 싶어요.”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 초등학생이 다녔다는 돌봄 프로그램은 지역의 한 도서관에서 시·도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아이 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이다. 작년 12월에 끝난 이 프로그램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월 중순 다시 시작할 예정인데, 이미 지역 학부모 사이에 소문이 퍼져 사업 확정 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사각지대 놓인 ‘초등돌봄’…조직과 사회에도 손실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는 기쁨도 잠시, 학부모는 고민에 휩싸이고 만다. 오후 연장 돌봄시스템이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늦은 밤까지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하원 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물론, 학교마다 ‘돌봄교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학부모 사이에서 ‘로또’라고 불릴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들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고액의 비용을 들여 육아도우미를 채용하거나, 여러 학원에 보내며 틈새 시간을 메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사자인 아이는 힘들어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모 중 한 사람은 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출산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출산을 늦추거나 뒤로 미루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이 돌봄’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런 고민은 개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조직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인적·물리적으로 큰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역시 삶의 지속을 추구하는 열쇠는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4’를 통해 “돌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라며, “돌봄은 앞으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축이며, 돌봄 경제는 엄청난 정책, 산업적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포승 작은도서관의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의실 전경.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 있다. ©중기이코노미돌봄에 동참한 지역 도서관…부모·아이 반기는 분위기돌봄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면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정책망 확충이 절실하다.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아이 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이 예시가 될 수 있다.2019년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5년간 3438명이 돌봄 혜택을 받았고, 2023년도에는 가평군, 고양시, 용인시, 평택시 등 23개 시군의 작은도서관 75곳(사립 69곳, 공립 6곳)에서 진행해 818명의 초등학생이 지원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만 대상으로 하는 학교 돌봄과 달리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도서관의 특성을 살린 독서를 비롯해 놀이와 문화, 학습을 병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포승 작은도서관 역시 지역 주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도서관의 아이 돌봄 사업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월 2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필두로 종이접기, 공예수업, 미니어처 만들기, 키트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수학, 논리력 수업 등 학습 관련 수업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이어 “학교 돌봄에 선정되지 못한 아이들이나 학교 돌봄 신청시기를 놓친 경우, 혹은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신청했다”며, “돌봄 이후 한글과 기초 산수가 늘었다고 호평하는 경우가 많았고, 학교 돌봄보다 길게 해줘 좋았다는 학부모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포승 작은도서관의 돌봄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상 맞벌이 가정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현재 평택시에는 두 곳의 작은도서관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승 작은도서관에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송탄 작은도서관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1시부터 6시30분까지 진행하며, 늦은 퇴근을 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초과 근무를 하기도 한다.평택 아이 돌봄 사업담당자에 따르면, 작년에 처음 시작한 사업인데도 많은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작년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부모 중 올해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평택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안소연(35세) 씨 역시 아이 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표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안 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학부모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는데, 학원보다 프로그램이 다양하다고 해서 신청했다. 당시 자리가 딱 하나 남아서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며,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 등 예체능 활동도 많이 하고, 부진했던 학습도 보충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아이가 더하기 빼기도 많이 늘고, 못 외웠던 구구단도 마스터했다. 올해 한다면 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평택도곡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송하진(10세) 군도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돌봄 프로그램에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송 군은 “작년에 돌봄 프로그램을 들었었는데 좋았다. 특히 재미있는 책이 많았고, 곱하기와 나눗셈 등 어려워했던 공부를 가르쳐줘서 유익했다”며, “가을에는 주운 낙엽으로 만들기도 해서 신기했다. 올해에도 또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평택시에서 운영하는 공립 도서관 외에도 사립으로 운영하는 도서관 역시 ‘작은도서관 아이 돌봄 독서문화프로그램’에 긍정적이다. 대표적으로 광명시에 위치한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에 위치한 아파트형 도서관으로, 4년여간 지속해서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이 도서관의 배선희 관장은 학부모로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작년 1월에 도서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배 관장은 “중학생이 된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작은 도서관에서 하는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는 등 돌봄 시스템이 괜찮은 데다 집에서 가깝고, 학원 가기도 좋아 만족스러웠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또한 “일을 하는 워킹맘으로서 돌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잠시라도 있어야 할 곳이 필요한데, 맞벌이 가정의 경우 집에는 부모님이 없고, 학원은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하지만, 돌봄 센터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없어 유익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광명시에 위치한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의 모습.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기간이지만, 아이들이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중기이코노미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의 총무이자 돌봄 교사를 맡고 있는 강현정 씨는 중기이코노미에 “학교 돌봄은 저학년 위주로 선정하지만, 우리는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형제, 자매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모두 동네 주민이기 때문에 오고 가면서 개선해야 할 점도 알려주고 아이디어도 주고받는다. 결과적으로 같이 돌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이곳 역시 독서지도를 비롯해 공예, 코딩, 보드게임, 전래놀이, 창의예술 등의 활동을 재료비를 제외하고 무료로 진행하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업체를 선정해 간식도 제공한다.작년에 이 도서관의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했던 이우진(11세) 군은 중기이코노미에 “제기차기, 잣치기 등 전래놀이가 재미있었고, 체육활동 중에서는 피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활짝 웃었다.“더 하고 싶은데”…예산 때문에 ‘돌봄’ 포기하기도경기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작은도서관 운영자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는 설문조사에도 나타난다. 경기도가 지난 9월15일부터 4주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96%가 사업이 유익하다고 했고, 91%가 향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돌봄 아동의 부모 역시 100%가 유익하다고 답했고, 96%가 향후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특히 용인시와 화성시는 작년에만 각각 열 군데가 참여해 가장 많은 도서관 수를 자랑했다. 도시보다 외진곳에 있는 공립 작은도서관의 경우에는 신청자 수가 타 지역에 비해 폭발적으로 많다. 연천군에 위치한 학마을 작은도서관과 신서 작은도서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포천시에 위치한 이동 작은도서관의 경우에는 작년 9월 말 기준 30명의 지역 아이가 참여했다.이런 인기에 힘입어 2024년 아이 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신청한 작은도서관은 103곳이다. 이중 80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정확한 명단 확정은 1월 중순에 나온다. 선정 기준은 돌봄의 연속성을 위해 작년에 참여했던 도서관에 가점을 줬고, 인근 1km 이내 초등학교 수가 얼마나 많은지, 읍면 소재 등 아이들의 돌봄이 낙후된 지역인지를 따져 가점을 매긴 뒤, 작은도서관 운영평가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선정한다.이처럼 ‘작은도서관 아이 돌봄 독서문화프로그램’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경기도청 도서관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사립 도서관이다 보니 환경이나 여건이 안 되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산시의 본오1동 작은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통폐합 과정에서 해당 도서관이 없어져 지난 7월에 중도 포기했다. 다른 도서관의 경우에는 모집 인원이 부족해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예산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 작은도서관이 그런 경우다. 이 도서관의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작년에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인근의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스러워했다. 10명의 인원을 모집했는데 15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도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 못 오게 돼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고양시청 덕양구 도서관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이 돌봄 사업이 도서관에서만 하는 사업은 아니고, 다른 행정복지센터나 복지관 같은 곳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 또, 아동청소년과나 여성가족과, 장애인복지과 등 여러 군데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아무래도 중복된 사업이 많다 보니 이번에 검토를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이어 “예전에는 도에서 돌봄 사업비로 50%를 지원해 줬는데, 도비 보조금이 줄면서 시의 부담 비율이 늘었다”며, “이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했을 때 어렵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에 있는 극장의 모습. 도서관 운영자들은 낡은 극장 대신 아이들과 시민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활동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길 원했다. ©중기이코노미
광명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주민 외에도 시민을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를 바랐다. ©중기이코노미현재 관련 예산은 경기도에서 30%를 지원하고, 시군에서 70%를 지원한다. 경기도청 도서관정책과 관계자는 “2019년도에는 시범사업이라 도에서 100% 지원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50%를 지원했고, 2022년도부터 도의 지원 비율을 30%로 정했다”며, “이는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부분이다. 제2조에 따르면, 도비 보조금 보조율은 30%로 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초기사업이라 이례적으로 지원 비율을 상향 조절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참고로, 작은도서관 한 군데당 지원하는 총금액은 연 2200만원이며, 올해는 돌봄비 시급 상승을 고려해 225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 금액에서 돌봄 교사 및 외부 강사 비용, 재료비, 간식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광명 현진꿈꾸는 작은도서관 배선희 관장은 “올해 도서관 중 몇 군데가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광명시의 경우 모든 작은도서관은 자원봉사로 운영한다. 아무래도 예산이 팍팍하다 보니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어 “우리 도서관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15년이 넘어가다 보니 도서관의 의자나 책상 등이 낡았다. 작게 마련한 극장도 마찬가지다. 외부인들은 ‘와~ 극장이 있어요?’라며 좋아하지만, 도서관 돌봄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하기에 오히려 불편하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돌봄을 하고 싶고,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주민과 광명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보였다.더불어 프로그램 운영기간을 확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의 돌봄 프로그램은 1월~2월에 시작해 12월에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평택 아이 돌봄 사업담당자는 “작년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일 년 내내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며, “심지어 도서관 운영시간 외에도 돌봄 프로그램을 하기를 원하는 학부모도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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