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법이 왜 논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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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법이 왜 논란이 되는가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년 유예기간 준비 못할게 없었다

기사입력2024-02-01 10:3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년간 유예를 했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3일 앞둔 지난달 24일 이정식 고용노둥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 발의된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적용유예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확대 시행된다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제과점 사장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개인사업주나 소액 건설현장에서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인력이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적용유예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근거가 되지 못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이하 사업장은 적용을 받지 않는데,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186만개 사업체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115만개로 61.9%를 차지한다. 영세 자영업자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영세 자영업자를 핑계로 유예기간 연장을 주장한다.

또한 5~50인 미만 기업은 법이 정한 전담조직을 설치할 의무가 없고, 별도로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의무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다만 안전을 관리하는 인력을 자체적으로 지정하고, 안전보전관리를 철저히 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의무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해야 할 이유가 없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고용노동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수립하고 게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절차 마련, 확인·개선이 잘 이뤄지는지 정기적으로 점검 ▲근로자와 함께 사업장 순회점검, 위험 신고제도 등 안전보건에 관한 근로자의 의견청취 절차 마련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비상대응체계 마련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가 발생할 뻔한 경우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준비할 것을 안내했다.

법의 적용 여부를 떠나 ‘안전’한 일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들뿐인데, 위에 열거한 준비사항 중 지난 2년 동안 시간이 부족해 준비할 수 없는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0인 미만 기업 추가 적용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지난달 25일 또다시 브리핑을 열었다.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제가 직접 현장에 다녀보니 법에서 요구하는 안건보건 관리체계 구축은커녕, 자신이 법 적용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중소업체 대표님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50인 이하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안내와 홍보를 게을리 해, 이제와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그동안 사업장의 안전조치가 미비해, 죽고 다친 근로자가 부지기수다. 산재사망률이 OECD 평균의 2배인 한국 그리고 지난 10년간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의무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전한 사업장이 되도록 하는 법제도가 왜 논란이 돼야 하는가. 정부는 불필요한 논란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관리 시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