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간 위해 일한다…감성·안전까지 책임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로봇, 인간 위해 일한다…감성·안전까지 책임 산업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도 로봇기술…SIMTOS 2024를 가다㊦

기사입력2024-04-08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번 전시회는 산업 현장에 쓰이는 로봇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네 일상을 위한 로봇도 소개돼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중기이코노미

“산업현장에서 노동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꼭 필요합니다.”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 2024)에서 로봇 비전을 선보인 업체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에 이렇게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일부터 5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SIMTOS 2024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조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많은 로봇 기술이 전시됐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네 일상을 위한 기술에도 로봇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업체가 증명했다.

신기술을 장착한 산업현장 로봇 시스템

아무리 숙련된 기술자라 하더라도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은 신체적인 피로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하는 시간에도 제약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로봇이 필요하다. 일관된 기술력을 통해 일률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간 머신비전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올린 다래비젼㈜은 이번 전시회에서 산업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선뵀다.

도윤진 이사는 “검사기술과 검사기 분야에 솔루션을 공급하던 회사인데,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비전 기술과 로봇을 접목해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3차원 비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며, “물건을 집고 스크루를 체결하거나, 파우더를 가지고 조립을 하는 등의 일을 사람 대신 수행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다래비젼이 이날 들고나온 시스템은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과 산업용 로봇을 위한 AI 기반의 3D 비전 시스템이다. 0.2초 이내의 빠른 예측 속도와 1mm 이하의 정밀도와 반짝임이나 반사되는 제품도 인식이 가능하고, 정교함을 자랑해 배터리, 코스메틱, 휴대폰, 이차 전지 분야에서 널리 쓰일 수 있다.

다래비젼은 AI 기반의 3D 비전 시스템을 들고나와 세밀한 작업을 요하는 업종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기이코노미

영현로보틱스의 방수형 로봇은 현재 중국의 기술을 전수받아 올해 안에 국내 브랜드명을 달고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

물속에서 첨벙첨벙 헤엄치고, 잠수 능력을 뽐내고 있는 로봇에도 많은 관람객의 관심이 쏠렸다.

영현로보틱스는 방수형 로봇(Water proof Robot)을 선뵀다. 물이 완전히 로봇을 덮고, 지속해서 물이 분사되는 상황에서도 로봇 팔이 유연하게 작동했다.

김주식 생산설비 기술고문은 중기이코노미에 “현재 이 로봇은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했지만, 중국 기업의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브랜드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며, “6월부터 대구에 있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테스트한 후 올해 안에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로봇은 열 때문에 외부 수분을 흡수해 버리지만, 이 로봇은 로봇의 보디 자체에 압력이 차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중 20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외부의 분진, 습기로부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방수 로봇은 농사를 짓는 환경처럼 습도가 많은 산업 분야에 중점적으로 쓰일 수 있다. 김 고문 역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 농업에 다각도로 쓰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소성 가공 설비의 공정 감시시스템 제조업체에서 발전해 MES, APS, AI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융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 ㈜쓰리뷰는 볼트나 너트를 만드는 제조시설과 프레스 기업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성가공 성형압력 모니터링 시스템 클라우드 솔루션을 들고나왔다.

쓰리뷰의 이 솔루션은 제품 생산 시 불량이 발생하면 설비를 자동으로 멈추게 한 후 불량이라고 알려준다. 기존보다 섬세해진 기술력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영걸 선임은 중기이코노미에 “제품을 생산할 때 데이터가 변경돼 다른 현상이 발생하면 설비를 자동으로 멈추게 한 후 불량이라고 알려준다. 만약 사용자가 확인했을 때 불량이 아니라고 판명이 되면, 다시 학습시켜 작업을 진행한다”며, 지속해서 학습된 결과값을 도출해낼 수 있음을 설명했다.

올해 처음 시장에 내놓은 이 모델에 대한 반응은 ‘새롭다’이다. 기존의 모델에 비해 기계가 받는 힘과 가속도에 변화가 생겼을 때 불량이라고 스스로 판명하는 기술이 좀 더 미세해지고 섬세해졌기 때문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간 위해 일한다…감성과 안전까지 책임

로봇이 우리네 일상에서 흔한 존재가 될 날은 멀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손맛이 중요하다는 마사지 업계에도 전문 마사지사를 도와 일관된 실력으로 몸 이곳저곳을 마사지해 주는 로봇에 많은 관람객이 흥미를 보였다.

영현로보틱스의 마사지 로봇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사람의 체형에 따라 모든 신체를 마사지할 수 있다. 힘과 시간도 알아서 조절하고, 누워있는 사람이 움직일 때도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며 마사지한다”며, “마사지를 받아본 관람객들이 하나같이 ‘사람이 직접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뿌듯해했다.

현재 이 로봇은 협동로봇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의 아우보 로봇 제품이지만, 아우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영현로보틱스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영현로보틱스의 마사지 로봇이 관람객의 등을 사람처럼 마사지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배달로봇이나 청소&방역 특화 로봇은 지금보다 크기는 콤팩트해지고, 성능은 강화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음식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달 로봇도 지금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모터114는 몸집은 더 작아지고, 기동성은 더욱 강화한 로봇을 들고나왔다.

이종현 주임은 “물류 이송 서비스와 방역 로봇에 특화된 기술로 휠 자체가 로봇”이라며, “식당의 서빙로봇을 예로 들면 모터에 휠을 달고 감소기까지 부착하면 로봇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어진다. 하지만, 이 로봇은 바퀴에 모터가 달려 있어 장비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모터의 힘도 기존보다 300% 정도 더 높일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대형화재 사고와 영유아가 차량에 고립돼 숨지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이 만든 이 기술은 AI 글로벌 임팩트 페스티벌에서 1등과 2등을 수상할 정도로 글로벌에서도 인정받았다.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이진열 창의개발 부장교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다. 파이어 AIoT 시스템은 2021년에 열린 제1회 세계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영유아 안전버스 시스템은 다음 해에 열린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며,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가 참여한 글로벌 경진대회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기술력이 입증됐음을 자랑스러워했다.

먼저, 파이어 AIoT 시스템은 불이 나자마자 즉각적으로 감지를 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현재 건물에 설치돼 있는 열 감지 혹은 연기 감지 시스템은 불이 나면 알림이 울리는 시스템이어서, 사람들이 대피를 시작할 때쯤이면 이미 연기가 많이 번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질식사로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진열 부장교사는 “AI에 어떤 게 불인지 학습시키면 불꽃이 보이자마자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그러면 연기가 퍼지기 전에 3~5분의 시간을 벌 수 있고, 이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셈”이라며, “기존의 화재방지시스템과도 연계하면 다른 시설을 구축할 필요 없이 안전한 대피 경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어 AIoT 시스템 초창기 멤버였던 변선호 학생은 중기이코노미에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배워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유아 안전버스의 경우 자동차마다 달린 블랙박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동차 외부 환경을 보여주는 블랙박스를 차량의 실내에 달고, 어른과 아이를 인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심어놨다.

이진열 부장교사는 기자에게 어떤 시스템인지 현장에서 직접 실험으로 보여줬다. 설치된 모형에서 어른 인형을 빼자 곧바로 이 부장교사의 휴대전화에 알람과 문자가 발송됐는데, 어른이 탈 때까지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려놓은 연락처로 실시간 문자와 알림이 간다고 한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흥미도 높았다. 약 혼합 예방시스템 개발팀의 멤버인 보피니안토뇨 정우 학생은 중기이코노미에 “처음에는 AI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배우고 싶었는데, AI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서 생활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AI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