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혜택을 주긴 하지만, 창작을 위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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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AI가 혜택을 주긴 하지만, 창작을 위협하는데 저작권을 둘러싼 새로운 규범을 정립할 필요 있어

기사입력2024-06-05 13: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초거대 인공지능이 대량의 저작물 등 데이터를 학습(딥러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출물을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쟁점을 풀어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며, 이 과정에서 AI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4일 개최한 ‘2024 서울 저작권 포럼’에서 “생성형 AI는 인간이 기술에 대한 혜택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창작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저작권: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서’를 주제로 4일 개최한 ‘2024 서울 저작권 포럼’. ©중기이코노미

AI모델이 산출물을 생성하기까지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데이터 전처리 및 분석, AI모델의 선정 및 학습, 모델 평가, 모델 배포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AI 공급사슬에는 개발자, 서비스 이용자, 이용권자, 소비자 등 많은 주체들이 관여하고 많은 저작물이나 데이타베이스가 활용된다. AI학습 데이터로 이용되는 저작물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멀티미디어 형태로 존재한다. 이대희 교수는 AI 생성물과 관련된 저작권 쟁점을 ▲학습데이터의 이용 ▲AI표시 ▲산출물에 대한 보호 등으로 요약했다.

◇학습데이터 이용=AI학습을 위한 데이터 이용과 관련해, 텍스트 데이터마이닝 예외 입법 필요성 여부, 공정 이용 여부,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한 대가지급 여부, 사용료 지급 여부 등 여러 쟁점이 있다.

이러한 쟁점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초 최종 합의된 EU AI법은 범용 AI모델 공급자의 의무로 AI사무국이 제공한 양식에 따라 범용 AI모델 학습을 위해 이용된 콘텐츠의 상세한 요약을 작성하고 공개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영업비밀 및 기밀 비즈니스 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되, 저작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EU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포괄적인 범위로 요약하도록 했다.

◇AI표시=AI모델이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AI 산출물임을 표시하는 것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EU AI법은 AI모델 공급자가 딥페이크를 구성하는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AI 콘텐츠를 위한 서비스 제공자와 일반 공중에게 해당 콘텐츠가 인위적으로 생성됐다는 것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8월 시행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조치’에서 사진, 비디오 및 기타 생성된 AI 산출물을 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도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고, 프랑스에서도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는 내용의 지적재산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산출물에 대한 보호=이 교수는 생성형 IA시대에 인간중심의 저작자 개념을 유지하는 것이 적합한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AI생성물은 사진 저작물과 비교할 수 있는데 사진 저작물은 저작물의 일종으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물론 저작물이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교수는 AI 생성물에 대한 보호를 단순히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만 이를 입증하도록 하고, 입증하지 못했을 경우 손해배상 등 기타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와 독일 음악저작권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음악저작자 및 창작자 중 71%가 AI로 더이상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응답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2028년 생성형AI로 인해 음악 창작자 매출의 27%가 감소할 것이며, 이를 환산하면 2028년 한 해에만 9억5000만 유로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23년부터 2028년까지의 누적 총 손실액은 27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작가협회 설문조사에서는 작가 중 69%가 생성형AI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가 위협받을 것으로 답했고, 작가 중 70%는 출판사가 AI를 이용해 책의 전체 혹은 일부를 생성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로인해 인간 작가가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작가조합과 영화·TV연맹의 합의는 AI 저작권에 대한 쟁점을 해결하는데 적절한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이 합의는 AI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거나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극단적인 접근방법이 아닌, 적절한 절충방법으로 채택함으로써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합의에 따르면, 노동 현장에서 사용자가 종업원인 작가에게 AI 생성물을 기초자료로 사용하도록 할 수 있지만, 사용자는 이를 종업원에게 밝혀야 하고 종업원은 사용자가 제공한 AI생성물을 기초자료로 사용하더라도 급여 등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