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제재는 ‘상품진열’ 아닌 ‘알고리즘 조작’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쿠팡 제재는 ‘상품진열’ 아닌 ‘알고리즘 조작’ 공정위, 검색순위 조작 등 제재…소비자·파트너사·투자자에 신뢰 보여야

기사입력2024-06-17 10:5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이 같은 날 자사 뉴스룸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조작 등을 통해 소비자 기만행위를 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판매량, 구매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해 검색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와같은 내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과 PB상품 전담 자회사 씨피엘비㈜는 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는가 하면,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자사의 PB상품을 21만개 입점업체 4억개 이상의 중개상품보다 상위에 올렸고, 소비자들은 상위에 노출된 쿠팡의 상품이 입점업체 상품보다 더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해 쿠팡의 상품을 구매하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색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 구매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으며, 검색순위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쿠팡은 입장문에서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을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은 단순히 ‘상품진열’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자기 상품을 상위에 노출시킴으로써 자기 상품의 노출수, 총매출액, 상위노출 비율이 크게 증가됐다. 이에따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했다. 특히 검색순위 조작으로 상품들의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도 이와같은 행위를 저질러 소비자들은 쿠팡 쇼핑몰에서 비싸게 상품을 구매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쿠팡은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21만개 입점업체와의 공정경쟁을 저버렸다. 입점업체들은 배너, 기획전 등 광고나 카테고리 노출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경쟁을 해야했지만, 쿠팡은 손쉽게 검색노출 상위를 차지함으로써 입점업체의 수익 확대기회를 빼앗은 셈이다.

따라서 쿠팡은 공정위의 이와같은 판단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혀야 했다.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100% 무료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와 같은 쿠팡의 입장은 자칫 소비자에게 ‘협박’처럼 비춰질 수 있다.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라는 행위는 소비자와 입점업체의 신뢰를 져버리는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다. 공정위 제재는 이와같은 법 위반행위에 대한 것이며, 쿠팡은 공정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쿠팡을 애용하는 소비자, 쿠팡과 함께 성장하는 입점업체, 쿠팡의 미래를 응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