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탄소중립 안 통해…‘그린워싱’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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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가짜 탄소중립 안 통해…‘그린워싱’ 규제 강화 기업들은 인력도 시스템도 없어 대응 미흡

기사입력2024-09-09 14:01

제조기업 A사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A사의 광고가 실제 탄소저감 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린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며,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A사가 신제품을 ‘탄소배출량 0’으로 홍보했으나, 이는 전체 제조과정에서 저감한 탄소배출량을 특정 제품에 몰아주는 ‘매스 밸런스’ 방식으로 계산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해당 광고 표현이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A사에 광고 삭제와 정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단순한 과장광고의 일종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EU의 경우 그린워싱이 적발된 기업에 연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친환경 표시지침이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규제가 강화된 이유는 최근 그린워싱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적발건수가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EU의 경우 그린워싱이 적발된 기업에게 연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친환경 표시지침이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문제는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 대응수준이 크게 미흡하다는 점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한 조사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잘 몰랐다’는 응답이 45.0%에 달했다. 그린워싱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만 구체적인 그린워싱 규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절반이란 얘기다. 반면 잘 안다는 응답은 36% 수준이었다.

그린워싱 대응수준 역시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응답기업 중 36.0%가 자사의 그린워싱 대응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 8.0%의 기업은 매우 낮다고 답했다. 높음(21.0%)과 매우 높음(4.0%)은 모두 25%에 그쳤다.

부서도 인력도 시스템도 없다는 기업 절반 육박

기업의 그린워싱 대응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1.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있다는 기업은 25.0%에 그쳤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의 경우에도 절반에 가까운 48.0%의 기업이 구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기업들은 전담부서 부재(31.3%), 경영진의 인식 부족(25.0%), 내부 전문인력 부족(22.9%), 비용 및 자원제한(20.8%) 등 이유를 꼽았다.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 예정인 조치에 대해서도 별도 대응 계획 없다(41.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임직원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교육 시행(33.0%)과 컨설팅 시행(31.0%) 등이 있었지만, 그린워싱 전담 조직 또는 시스템 구축이란 응답은 16.0%에 불과했다.

국내 그린워싱에 관한 규정으로는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아 기업의 그린워싱 규정에 대한 인식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가지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90%에 달했다.

기업들은 그린워싱 대응에 어려운 점으로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부족(59.0%)을 첫손에 꼽았다. 대한상의는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구체적 사례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했다.

정책과제(복수응답)로는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제공(65.0%), 검증절차 및 비용 지원(38.0%), 기업 대응체계 구축 지원(37.0%), 전문기관 진단·컨설팅 지원(36.0%), 정부 전담부처 일원화(20.0%) 등이 있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외에서 강화되고 있는 그린워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및 산업 전반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대외 홍보를 강화해 기업이 알기쉽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기업들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