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 재정 여력…민생안정·내수진작에 한계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바닥난 재정 여력…민생안정·내수진작에 한계 내수·수출 가라앉는 상황에서 내수 살리기 위한 재정 역할 필수

기사입력2025-01-06 11:3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장기화되는 ‘12.3 계엄·내란 사태’가 위기 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한국경제를 넘어뜨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대 수준으로 낮췄다.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원화가치는 외환·금융위기 때처럼 폭락했다. 침체된 내수도 회복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자영업자 부채·연체액 사상 최대 기록

특히,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작년 연말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져 코로나19 시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수출 성적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던 내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2.3 계엄·내란 사태’ 이후 연말 송년회 등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어 자영업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2024년 9월말 기준 자영업자의 부채는 1064.4조원으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말 1060.1조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4.3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연체액도 18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은 역대 가장 큰 신청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까지 자영업자 채무조정 신청은 2만6267건으로 작년의 2만5024건을 이미 넘어섰다. 위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12.3 내란 사태’가 초래한 위기…대책 없이 ‘줄푸세’ 답습

이에 정부는 올해 상반기 작년보다 소비를 5% 더 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 20% 추가 소득공제를 해주고, 4000만원 상당 국산 중형 SUV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주겠다는 내용을 담아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취약계층에게는 고효율 가전을 구매하면 환급지원율을 확대해주겠다고도 했다. 신속한 내수 부양을 위해 세제·재정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세금 깎아준다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하며 1%대 경제성장률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에 어울릴 만한 대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윤석열표 감세와 대출, 건설경기 부양 대책외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인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 잠재성장률인데, 더 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가 내년까지 6년 연속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감세 정책을 철회해 재정여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당면한 위기를 대응할 수 없다. 내수와 수출 모두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쇼크상태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는 지금 당장의 내수 불황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경제구조 개선을 통한 저성장 국면을 극복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감세정책만 줄줄이 내놓은 것이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바닥난 재정 여력…민생 안정과 내수 진작 대응에 한계

윤석열 정부는 지난 3년간 줄곧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푸는 이른바 ‘줄푸세’ 정책을 이어왔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감세와 대출로 빼곡히 채운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편,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역대급 감세로 재정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84회에 걸쳐 총 173조원을 일시차입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난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누적된 이자액만 2092억원이다. 일시차입은 세입과 세출의 일시적인 괴리를 메우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다. 이를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감세로 인한 세수결손의 여파인 것이다.

또한, ‘12.3 내란 사태’의 지속으로 정책 집행의 신뢰가 매우 떨어져 있다보니,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는 ‘줄푸세’ 뿐이었을 것이다.

이제와 재정여력을 확충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이를 순순히 따르겠는가. 하지만 감세를 철회해 재정여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당면한 위기를 대응할 수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내수와 수출 모두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쇼크상태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특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금 인상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소득을 보강하겠다는 것도 유의미한 대책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업상속공제 완화를 지역경기 활력 제고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제시한 것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 중장기적 해법은 윤석열표 감세와 결별에서 시작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심화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인구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 동력이 될 세수기반을 훼손할 감세정책으로 일관했다. 지속된 감세로 막대한 세수결손이 연달아 발생했고, 재정여력도 바닥이 났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 위험’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는데 재정의 재분배 기능은 약해지고 있다.

결국 대안은 윤석열표 부자감세를 즉각 철회하고 재정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와 내수활성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상속세 감면과 같은 정책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이는 구조개혁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해법은 윤석열표 마구잡이식 경제정책과 결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는 점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분명히 인식하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