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딱하면 낭떠러지…“핀테크 선결조건은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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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까딱하면 낭떠러지…“핀테크 선결조건은 보안” 페이팔 결제사고 일평균 3만건.. “핀테크 걸맞는 규제 필요”

기사입력2015-06-24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기도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내 핀테크 지원센터의 모습. ©중기이코노미

한국에 핀테크 열풍을 지핀 건 ‘천송이 코트’ 사건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중국인들이 한국 오픈마켓에서 이 제품을 구입하려 했지만, 복잡한 결제시스템에 가로막혀 포기했다는 사연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천송이 코트 발언을 한 뒤로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등 각종 금융관련 규제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규제 완화가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해외직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지급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은 일평균 3만3000건의 결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페이팔의 경우 카드번호와 유효성 검사 코드(CVC)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직구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으나 계정이 해킹 당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졌다는 불만이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해외직구를 위해 페이팔 계정을 만든 A씨는 지난 5월13일 새벽 자신의 신용카드로 935.95달러(약 103만원)가 결제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자초지종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팔 계정에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이미 비밀번호는 바뀐 뒤였다. 페이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니 영어로만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어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사고접수를 한 후에야 신용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페이팔의 결제사고 비율은 0.3%, 알리페이는 0.4% 정도다. 반면 한국의 신용카드 결제사고 비율은 0.1% 정도다. 금융 관련 규제가 많아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온 것은 사실이나 안전성 면에서는 비교적 우수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고집해온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의무규정을 폐지하면서 이에 준하는 보안성을 갖췄다면 다른 보안수단도 허용해주기로 했다. 근거리무선통신인 NFC를 통한 간편결제, 지문인식, 서명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한국NFC가 페이팔, 페이올, 카카오페이와 결제 속도를 비교한 모습. <자료=한국NFC>

이와 관련,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핀테크포럼이 주최한 ‘핀테크 안정적 발전의 선결조건’ 포럼에서 “핀테크를 잘못 활용하면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새로운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외국회사들의 사례만 좇다간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 선진국들 사례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점을 찾아 한국형 핀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커들에 의한 금융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금액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커들로 구성된 범죄조직 ‘카바낙’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30개국 100개 이상의 은행을 해킹해 10억달러(1조1000억원)를 훔쳤다. 그런가 하면 택시 앱 회사인 우버는 중국에서 해커의 침입을 받아 고객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됐다. 우버 계정에는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 계정이 연동돼 있어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도 함께 유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페이팔은 고객들을 교묘하게 속여 거액의 벌금 처벌을 받기도 했다. 페이팔은 고객이 원하는 신용카드 대신 페이팔 크레딧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사 서비스를 자동으로 가입시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달 크레딧 가입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1500만달러(약 166억원)를 돌려주고, CFPB에는 1000만달러(약 111억원)의 벌금을 낼 것을 명령했다.

김인석 교수는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탄탄한 보안이 선결조건”이라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중대한 보안사고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매기는 등 가중 처벌을 하고 있다. 한국도 이같은 사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군희 교수는 “핀테크는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보안 문제가 걸려 있어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기도 하다”면서 두 주체간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부가 단순히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핀테크 시대에 걸맞는 규제를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