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기차 시장 “관세 낮추고 보급형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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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동남아 전기차 시장 “관세 낮추고 보급형 출시” 2035년 전기차 거대시장으로 성장…한중일 기업 경합 예상

기사입력2024-05-2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ASEAN 6개국이 2035년 전기차 판매량 850만대 규모의 거대한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한·중·일 기업 간 경합이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최근 중국기업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중국기업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태국 약 76%(1위), 인도네시아 약 42%(2위), 말레이시아 44%(1위), 싱가포르 34%(1위)를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전기차의 동남아시장 선점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는 이렇게 분석하고, “동남아라는 새로운 전기차 시장을 중국기업이 선점해가는데 반해 우리 기업은 현지 투자 확대가 다소 늦어지고 있으며,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전기차종도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즉 동남아 소비자를 위한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우리 기업의 차별화된 현지 판매전략이 필요하며, 우리 정부는 전기차 관련 관세 장벽을 낮추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일본이 선점한 시장, 중국기업 장악=동남아 시장은 오랜 기간 일본 자동차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9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전동화 전략이 지체되면서, 보급형 중저가 전기차에 강점을 가진 중국기업들이 현지 주요 딜러 업체 및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초기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했다.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기업의 강점으로 수직계열화와 공정기술 혁신, 공급망 현지와 물류비용 절감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전기차 기업 BYD는 핵심 원자재, 배터리, 반도체, 모터변속기, 전장부품, 새시(chassis), 조명, 자동차 판매 및 금융 서비스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며, 파워트레인,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통합하고 공정을 축소해 재료 및 생산 비용을 줄이고 있다. BYD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hanghai-GM-Wuling(이하 우링)은 인도네시아 생산기지에 중국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우링은 해당 공장 공급망의 40% 이상을 현지에 구축해 비용을 감축할 수 있었다. 우링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현대차에 이어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정부들은 전기차 시장형성 초기부터 구매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활용해 전기차 보급에 주력하는 한편 점차 현지생산 의무화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산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주요 중국기업의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전기차의 동남아 시장점유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급형 출시하고, 관세장벽 낮춰야=우리 기업들은 신흥국 소득수준에 맞는 보급형 차종을 포함한 다양한 세그먼트 전기차 출시를 고려하면서 동남아 시장에 대한 판매·생산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배터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국면을 활용해 다양한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올해 3월 중국산 LFP배터리팩의 평균가격은 83달러, 삼원계 배터리팩의 평균가격은 약 98달러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남아 주요국에 배터리 구독 모델을 도입해 가격에 민감한 중저가 소비자층의 구매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와더불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한-ASEAN FTA, 한-태국 EPA 등을 통해 전기차 관련 관세를 낮추는 한편, 우리 기업의 해외사업 확장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태국으로의 전기차 수출은 한-ASEAN FTA 기준으로 40%의 관세가 적용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므로 우리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관련 항목을 개선하거나, 최근 논의가 시작된 한-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통해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경우 중-ASEAN FTA를 활용해 태국에 전기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RCEP을 통해 전기차 부품도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또, 동남아 주요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전기차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함에 따라 해외 현지투자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국가 핵심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특수목적기금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