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에서도 척척…시공간 넘나드는 드론·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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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험지에서도 척척…시공간 넘나드는 드론·로봇 무인 이동체 미래가 한눈에…무인 이동체 산업 엑스포

기사입력2024-07-23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굴삭기에 달린 모니터로 보이는 공간이 가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연결돼 보이는 공사장입니다. 지금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앉아,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공사장의 굴삭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공학대학교 기계설계공학부 교수이면서 학교 기업인 롤랩스(rolabs) 대표인 강병훈 공학박사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엑스포에 들고나온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움직이는 속도와 형태면에서 전 세계 유일의 ‘실감형 실시간 원격제어 시스템’ 기술을 100% 우리 힘으로 개발했다는 데 자랑스러워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무인 이동체 산업 엑스포(Unmanned system World Congress)는 이처럼 로봇과 드론이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자리였다.

수십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는 곳에 앉아, 공사장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험지에서 ‘척척’…인간의 눈·팔·다리 역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도덕적인 책임론은 여전히 불분명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의외로 로봇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롤랩스 강병훈 대표는 “아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레벨 4, 레벨 5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사고가 날 경우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사람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누군가는 계속 관제하고, 살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라도 기존의 LET, 5G 등의 상용망을 통해 사람이 직접 가지 않고 어느 한 곳에서 다양한 무인기들을 실시간으로 원격 제어를 하고, 원격 조정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원격 조정의 핵심은 SMU라는 센서다. 이 센서를 자동차, 군용 소방차 및 드론, 중장비 등에 부착만 하면 어디서든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밴쿠버의 한 실험실과 연결해 원격 조정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한다.

강 대표에 따르면, 이렇게 되면 무인기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충격을 어떻게 받았는지, 진동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이 기술은 학교와 물류회사 등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활용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그는 “매년 해수욕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여러 예방법을 동원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해수욕장에 센서를 부착한 드론을 배치해 놓으면 실시간으로 사고 상황을 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형적인 험지에서 움직임의 제한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중기이코노미

‘따다따닥~’

딱딱한 기계음 같으면서도 군화를 신은 군인의 발소리처럼 질서정연한 경쾌한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반려견처럼 생긴 외향 때문에 수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은 이 로봇은 다리와 다리 사이의 길이가 60cm라고 해서 ‘비전 60’이라고 이름 지어진 4족 보행 로봇이다.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이 로봇은 현재 케이알엠(KRM)이라는 한국 회사가 국산화를 위해 작년 경북 구미시에 공장 생산라인을 구축해 놓고,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KRM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이 로봇의 목적은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나 위험한 곳에 투입되는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궤도형이나 바퀴형 로봇은 이동의 편리성을 만든 로봇인데도 비정형적인 환경에서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로봇은 비정형적이고 가변적인 지형에서도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게다가 스스로 중심을 잡고, 느끼고, 보행하기 때문에 충분히 험지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며, “수행하고자 하는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임무 장비를 장착할 수도 있으며, 권장 무게는 10kg까지”라고 소개했다.

어떤 국가라도 해저 탐사에 대한 욕심과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기술은 국가 자체적으로 보호해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국가 연구개발로 진행한 보행성 심해탐사 로봇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줬다. 특히, 이 로봇은 해양 환경을 지키면서 탐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게와 가재의 형상을 했다고 해서 크랩스터라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은 해저 탐사에 주로 쓰인다. ©중기이코노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크랩스터(Crabster, crab+lobster)라는 이름의 다관절 해저탐사 로봇을 들고나왔다.

민예기 담당은 “해저탐사, 수중탐사, 심해탐사 등의 목적으로 개발한 로봇”이라며, “프로펠러를 움직이면서 다니는 다른 탐사정과 달리, 이 로봇은 육족보행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육족보행으로 설계한 이유는 탐사의 퀄리티를 높이고, 해양 환경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민 담당에 따르면, 심해 깊숙이 들어가면 아래에 깔린 분진이 매우 많다. 이때 프로펠러가 움직이게 되면 탐사 자체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소음도 꽤 크고, 공동현상이라고 해서 액체가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액체의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져 공기 방울이 터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는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소의 김형우 책임연구원은 “소음이 기존의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것보다 1/100 정도 작다”며, “2013년 개발시점부터 계속 업그레이드돼 2016년에는 6000m까지도 내려간다”고 소개했다. 이어 “재작년부터 해군과 6년 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로봇도 후속과제로 개발 중”이라며, “해저에 파묻혀 선박이 지나갈 때 폭발의 위험이 되는 요소를 로봇이 해저 면을 주행해 가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군사적 대응부터 스포츠·놀이까지

영상 촬영, 감시 및 탐지 등 쓰임새가 다양한 드론의 발전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활용성이 다양한 만큼 그 발전 속도 또한 빠를 수밖에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EAV-4 드론. 날개 길이 30m, 무게 150kg이다. ©중기이코노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여러 임무 장비를 탑재하고 20km 높이 성층권에서 30일 이상 연속으로 장기 체공할 수 있는 드론을 선뵀다.

이 연구원의 성층권 드론 기술 개발사업단 소속인 김준영 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에 “10년 전, EAV-2가 개발돼 고도 5km를 22시간 동안 연속 비행했다.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해 2020년에는 EAV-3가 성층권에서 53시간 동안 연속 비행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발된 드론은 EAV-4로 임무 장비를 20km 이상 탑재한 채 성층권에서 30일 이상 체공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비행시험은 2025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성층권 높이에서 비행한다는 것은 동력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준영 연구원은 “동력원이 태양광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어 있으면 태양광 발전을 받을 수 없다. 즉, 대기가 항상 안정돼 있어야 한다. 성층권은 기상 현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큰 강점”이라며, “10~12km 높이에서 나는 민간 항공기와도 항로가 겹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기상측정 장비가 있는데, EO-IR이라는 적외선 카메라로 성층권 아래 대류권 밑으로 깔려 있는 구름 사이까지 다 볼 수 있어 태풍이나 국지성 호우처럼 실시간 변화하는 날씨도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놀이로서의 드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얼마나 성능 좋은 드론을 만들었는지 뽐낼 수 있고, 스포츠 승부의 쾌감까지 얻을 수 있는 드론도 관람객의 관심을 자아냈다.

엠케이드론 박재영 과장은 “사람은 경기장 바깥에서 드론을 조정하고, 공 모양의 드론이 안에서 선수가 돼 플레이한다”며, “스포츠 드론의 1세대는 레이싱 드론이라고 해서 시속 200km 정도의 속력으로 누가 더 랩을 빨리 도는지가 주된 경기였고, 얼마 전에는 농구협회의 의뢰로 농구공 드론도 만들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이어 “어떻게 드론을 구성하고, 어떤 스펙의 모터를 써서 만들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어떤 기자재로 세팅을 하고,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진다.

특히 프레임 셋이라는 공 한 가운데 검은색 띠처럼 둘리어 있는 프레임이 가장 중요하다. MK드론은 축구를 하면서 기존에 시중에 나왔던 프레임의 한계를 넘기 위해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특히 다른 프레임을 써본 후 느꼈던 불편한 점이나 부족한 강성에 초점을 맞췄다.

박 과장은 “재작년 11월부터 만들기 시작해 600회의 수정을 거쳐 올해 초에 최종본이 나왔다”며, “학교나 관공서에서 많이 찾고, 드론을 취미로 가진 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