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자동차는 위기…바이오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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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반도체·배터리·자동차는 위기…바이오는 기회 트럼프의 대중 견제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 피해 최소화하라

기사입력2024-11-27 10:3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대중 통상정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보편적 관세 부과, 파리협정 재탈퇴, IRA 첨단제조세액공제 수정 등의 변화가 예고됨에 따라 우리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재단법인 산학협동재단이 지난 21일 개최한 ‘대한민국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 학술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무역협회와 재단법인 산학협동재단이 최근 개최한 ‘대한민국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 학술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적 관세 도입, 상호무역법 등 중국 이외의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의 통상정책이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만큼 차기 미 정부의 통상정책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53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회복했으며,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 위치를 차지해 트럼프 정책의 빠르고 강력한 추진이 예상된다.

공화당의 대중 통상정책은 계속 강경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중국의 최혜국대우 지위 박탈, 중국산 필수품 수입 단계적 축소,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 매입 금지 등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공화당은 제조업 역량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분야에 따라 위축될 소지가 있다.

공화당 집권으로 가장 달라지게 될 부분은 기후 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집권 후 파리협정을 재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R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미국식 탄소국경조정제도 논의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동맹국 관계다. 동맹을 중요시 하는 민주당과 다르게, 공화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 10% 관세율을 추가 적용하는 보편관세 도입을 공약했다. 또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미국 상호무역법(USRTA) 도입을 제안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기업에 미칠 영향 분석·대응 필요

미국 정부의 산업분야별 정책 분석도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는 우리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양당 모두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 및 중국 견제에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수출통제와 관세부과 등의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과학법상 390억 달러의 제조시설 인센티브 제공이 실현될 것인가는 가장 큰 관건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배터리 분야에서는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지속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며 세금을 납부한 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에 따라 우리 배터리 3사는 혜택을 받고 있다. 조 교수는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 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므로, 우리 기업이 법 개정 전 최대한 활용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권하에서 확대됐던 전기차 부분 관련 지원은 공화당 집권 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자동차 분야는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 정부의 자동차 분야 정책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산업에서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초당적으로 바이오 산업 역량 강화 및 중국 견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익이 될 전망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중국 대안으로서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한미 FTA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것에 대비해 먼저 FTA를 내세우고, 다른 나라들과 공조하는 한편 한미 FTA분쟁해결 절차를 활용하는 등 관련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당국이 보조금 관련 IRA 가이던스 개정을 시도하는 경우, 하위규정이 상위법의 의도를 뒤집을 수 없음을 강조하고, 대미 투자를 어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조 교수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생산국으로서 중국과의 경쟁 산업에는 기회요인이지만, 소비·중간재 공급시장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고려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