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거론한 “강력한 경제정책”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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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IMF도 거론한 “강력한 경제정책”이 안보인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시급한데

기사입력2024-11-28 00:00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영향이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일 즉시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리스크’에 따라 시장의 전망은 악화되고 있으니, 리스크에 대응할 경제정책이 시급하다. 심지어 IMF 역시 한국 정부에 강력한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들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가 91.5로 한달만에 0.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심리지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중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데,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보다 기업심리가 낙관적이란 의미다. 제조업 1869개 등 총 3326개 업체를 대상으로 11월 중순에 조사했다.

특히 제조업의 11월 CBSI는 90.6으로 11월보다 2.0p 하락했다. 지난 2023년 10월(9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2022년 1~2월만 해도 110을 웃돌았으나, 이해 12월에는 91.4까지 떨어졌고 2023년에는 상반기 세 차례, 하반기 두 차례 90을 밑돌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서는 90대 중반까지 회복됐으나, 9월(90.9) 처음으로 91포인트를 밑돌았고 11월에도 1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심리가 얼어붙은 이유는 다양하다.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영난의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내수부진이 2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불확실한 경제상황(18.2%)과 수출부진(9.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환율이란 응답은 6.7%로 한달만에 3.0%p 늘어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무엇보다 11월 들어 미 대선이 기업심리를 차갑게 식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거듭 공언중인 고율의 관세나 감세 등의 정책이 고환율 현상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당시만 해도 1300원대 초반으로 연저점을 기록했으나, 미 대선 이후 급등해 1400원대를 돌파하며 연고점을 갱신하기까지 했다.

환율뿐만 아니라 고율관세의 적용이 한국 기업의 수출에 미칠 영향도 문제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밖에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 모두가 수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대외상황에 대해 IMF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경계심어린 제언을 보냈다. 11월 들어 한국을 방문해 기획재정부와 연례협의를 한 IMF 협의단은, 협의결과 발표문을 통해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회복력 강화를 위해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핵심”이라며, “정책적 우선순위에는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내년도 글로벌 무역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며, 이에 기민하고 강도높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팀이 “강력한 경제 정책”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가 회복중이라며 상황을 낙관하는 신호를 시장에 수차례 주고 있을뿐, 부진한 내수를 진작할 대책이나 수출변수에 대한 대응 등이 강력하게 제시된 적은 없다.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를 돌이켜보면, 지금은 수출과 내수 양측면에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임이 명확하다.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할 것이란 점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기업과 가계의 체력 상태로 충분히 설명될 터다. 지금 당장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친다는 점에 특히 유념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