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문구점…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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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사라지는 문구점…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필요 다이소 골목 장악, 대형이커머스 최저가 판매 등 원인 진단

기사입력2022-11-16 09: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전국소상공인위원회 등은 15일 ‘문구소매업 위기 원인분석과 생존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지난 2015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받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문구소매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올해 7월 말 만료돼 다시 생계 위기에 봉착했다. 나라장터·학교장터 입찰과정에서 업체 검증을 위한 지역문구점 인증제를 도입하고,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등 문구소매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춘 전 연암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전국소상공인위원회 등이 15일 개최한 ‘문구소매업 위기 원인분석과 생존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전국문구점살리기를 위한 원인분석과 대처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동네 문구업계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형 체인점들과 생활용품점들이 저가 공세를 펴면서 오프라인 고객을 흡수하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중견·대기업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제공하며 최저가 마케팅으로 문구소매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전국 1만4731개였던 문구소매점은 2019년 9468개만 남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매년 500개의 업체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8000여개의 문구점의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문구업 소비행태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문방구 폐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이소 확장·학습준비물 제도…문구점 설 곳 잃어=최 교수는 현재 문구점의 위기 원인으로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의 확장 ▲학교에서 입찰로 일괄 구매하는 학습준비물 제도 ▲쿠팡 등 대형e커머스의 문구류 최저가 판매 등을 꼽았다.

2020년 1339개였던 다이소 매장은 2021년 직영점 38개가 증가하고 가맹점이 13개 증가했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문구생활용품 대기업인 다이소는 골목상권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영세한 문구점과 경쟁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통계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문구소매점은 매출 1억원 이하가 전체 56.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성다이소의 2021년 매출액은 2조6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27%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3% 증가했다. 최 교수는 다양한 문구류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는 다이소는 대규모 직영점과 대형매장 입점형태로 골목을 장악하며 문구소매점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시행중인 학습준비물 제도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 지원을 받아 전자입찰을 통해 기본 학용품 및 학습준비물을 일괄구매하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그런데 학습준비물 전자입찰에는 학교 주변 문구점이 아닌 타 지역업체가 납품하거나 타 업종업체가 납품하는 등 문구소매점 경영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고, 최저가 입찰에 따른 문구용품의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또, 퇴직 교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아이스크림몰을 통해 학습 준비물 구매를 유도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쿠팡 등 대형e커머스들이 문구류를 최저가에 판매하고 당일배송 등 배송 편의를 제공하는 것 또한 소비자의 문구점 이용 감소 원인이다.

이커머스의 경우 고액의 수수료와 최저가 정책으로 문구점의 참여가 쉽지않다. 대부분 제조유통사가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커머스 입점업체들은 고액수수료뿐만 아니라 업체 페이지 상단 배치를 위한 추가 비용, 행사 이벤트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가 상승과 품질 저하의 이유로 지적되기도 한다.

◇문구점 소멸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대책 마련을=최 교수는 문구점이 소멸되면 획일화된 문구용품으로 다양성이 사라져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매장이나 대형이커머스 기업이 독과점 할 경우 상품의 질 저하와 가격 상승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문구소매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 교수는 업체 검증을 위한 지역문구점 인증제 도입을 제안했다. 나라장터와 학교장터 입찰시 지역문구점 인증을 받은 업체로 입찰을 제한함으로써 문구점과 관련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후 다시 최저가로 문구점에 하도급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문구소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 7월31일 문구소매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이 만료되면서, 문구소매업의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사라진 상황이다. 최 교수는 아성다이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의 사업축소 및 진입자제 등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생계형적합업종의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더불어 영세한 문구점이 대형이커머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제조유통사, 전국문구점과 함께 온라인 문구 전문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