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형제 특허 여정을 통해 바라본 IP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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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라이트 형제 특허 여정을 통해 바라본 IP전략은 특허 소송전 갈등·분쟁 이후 ‘특허풀’ 이라는 협력구조 탄생했는데

기사입력2024-12-02 00:00

손보남 객원 기자 (ceo@indieip.co.kr) ㅣ다른기사보기

손보남 ㈜인디프 대표/변리사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인 1903년 12월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에서 라이트 형제는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2월17일을 ‘라이트 형제의 날’로 지정하고 그들의 도전 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비행기 날개를 제어하는 비행 기계(Flying-machine)라는 특허를 얻기까지의 여정과 특허 등록 이후에 발생한 특허 소송전부터 특허풀(Patent Pool)이라는 협력구조가 탄생한 배경까지, 이를 통해 기업 성공의 필수요소인 IP 전략수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의 특허 거절 후 받은 특허=라이트 형제는 1903년 3월 미국 특허청에 직접 특허를 출원했지만 한 차례 거절 당합니다. 이후 변리사 Herny Toulmin을 고용해 1904년 1월 재출원했고, 1906년 5월22일 미국 특허 821,393호로 등록받게 됩니다.

특허명세서는 크게 발명의 상세한 설명, 도면, 청구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기술분야에 따라서 각 부분의 작성방식이나 사용하는 용어에도 차이가 있어 현재도 직접 출원으로 등록까지 받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라이트 형제도 이러한 어려움을 한차례 겪고 나서 변리사를 고용해 약 3년 후 특허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라이트 형제의 특허 도면(왼쪽)과 라이트 형제의 특허 등록증.<출처=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필자 직접 촬영>

두 개의 평행한 날개를 살짝 뒤틀어 비행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이 특허기술은 혁명적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거의 모든 항공기에 적용되는 원천 기술입니다. 이 기술 덕분에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완성하고, 1903년 12월17일, 12초 동안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비행기를 둘러싼 갈등…경쟁과 소송=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이후, 하늘을 나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찬란한 발전의 방향이 아닌 갈등과 분쟁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①스미스소니언 협회의 반발=라이트 형제는 비행기 연구 초기단계에서 미국 스미소니언 협회와 교류하며 정보를 얻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기화로 스미소니언 협회의 새뮤얼 랭글리는 이후 라이트 형제가 자신의 연구성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이 논란은 공개 비행 대결로 이어졌는데요, 1904년 7월 양측은 자신들의 비행기를 선보였고, 결과는 랭글리의 비행기는 강물에 추락한 반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성공적으로 하늘을 날게되어 라이트 형제의 기술적 우위가 증명되며 논란은 마무리되었습니다.

②글렌 커티스와의 특허 소송=비행기 개발에 뛰어들었던 또 다른 발명가, 글렌 커티스는 1908년 엔진을 이용해 1km 넘게 비행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에 라이트 형제는 커티스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커티스는 날개를 비틀지 않고 엘러론(aileron)을 이용하는 방식을 썼다고 항변했지만, 1913년 2월 1심 법원은 라이트 형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후 1914년 1월 항소 법원도 라이트 형제의 승소로 마무리 되었지만, 여론은 라이트 형제가 기술을 독점해 글렌 커티스를 괴롭혔다며 라이트 형제를 탐욕스러운 존재로 몰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갈등으로 소송이 두려워 비행기를 제작하려는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내 비행기 기술 발전은 정체되어 유럽의 비행기 제작기술에 뒤쳐지는 결과를 낳아 미국 항공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이후 하늘을 나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특허소송 등 갈등과 분쟁도 이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결국 미국 정부는 비행기 양산을 위해 라이트 형제 등에게 특허풀(Patent Pool) 결성을 제안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허풀(Patent Pool)의 탄생=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비행기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자, 미국 정부는 비행기 양산을 위해 라이트 형제와 커티스에게 특허풀(Patent Pool) 결성을 제안하였습니다.

특허풀은 두 발명가의 기술을 묶어 하나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하는 구조였습니다. 항공기 제조사들은 비행기 한 대를 제작할 때마다 $200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고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료는 라이트 형제에게 67.5%, 커티스에게 20%, 나머지는 특허풀 운영비로 분배되었죠.

이 구조 덕분에 라이트 형제와 커티스는 더 이상 소송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많은 기업이 비행기를 제작하게 되어, 미국은 전쟁 중 2200대의 비행기를 유럽에 수출하며 경제적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라이트 형제와 커티스의 분쟁으로부터 탄생한 특허풀 제도는 경쟁을 협력으로 전환해 시장 전체를 키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며, 오늘날 IT, 통신, 바이오 등 복합 기술이 필수적인 산업에서도 효율적인 관리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허풀 제도는 기술과 특허가 경쟁과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협력과 공동 관리를 통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분쟁을 예방하고 특허 사용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제공하며, 기업 간 협력과 산업 발전을 동시에 촉진하는 효과와 동시에 기술을 공동 관리함으로써 오늘날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와 커티스의 특허 분쟁과 같은 사례는 오늘날에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알고 있는 2010년대 삼성 vs 애플의 특허 소송전과 같이 대기업간의 특허 소송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 특허 분쟁,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특허 분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권을 취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과제지만, 특허권자로서 침해자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고 방어하는 과정 역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특허 소송은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기업들은 분쟁에 앞서 출혈을 줄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손보남 ㈜인디프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