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실용적…일반회계기준 전환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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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간편·실용적…일반회계기준 전환 쉬워” 중기회계기준① 회계정책 변경시 해당시점부터 적용하면 돼

기사입력2014-02-13 06: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임석식 한국회계기준원장<사진=한국회계기준원>

올해부터 중소기업회계기준이 시행된다. 정확히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서 정하는 외감법인과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아닌 주식회사는 ▲올 1월1일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이하 국제기준), 일반기업회계기준(이하 일반기준), 중소기업회계기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채택해 ▲회계기준으로 사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상장법인과 금융사는 국제기준이 의무화돼 있고, 국제기준 적용이 불필요한 외감법인은 일반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중소기업회계기준(이하 중기기준)은 비외감 중소기업의 회계작성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전용 회계기준인 셈이다.

외감 대상 주식회사(외감법 시행령 제2조 ①)

1.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2. 주권상장법인 및 해당·다음 사업연도 상장법인이 되려는 주식회사

3. 직전 사업연도 말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 (and) 자산총액 70억원 이상

4. 직전 사업연도 말 종업원 300명 이상 (and) 자산총액 70억원 이상

중소기업중앙회가 사용자 입장을 수렴하고, 법무부가 회계기준 관련 법령을 손질하고 회계기준을 고시했다면, 한국회계기준원(이하 기준원)은 중기기준 작성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맡았다. 기준원 내에 중기기준 사무국을 두고 기초조사, 의견조사, 공개초안·제정안 작성 등을 수행했다. 기준원·중앙회 추천인사 등으로 구성된 중소기업회계기준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도 기준원 내에 자리잡아 적용대상과 내용 등을 심의했다.

임석식 기준원 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중기기준이)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등 중소기업 발전을 지원할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한 바 있다.

임석식 원장과 실무를 책임진 권성수 조사연구실장, 양정아 팀장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자 및 회계 담당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들을 정리했다. 이 기사에서 ‘중소기업’은 법률상 의미와 별개로 ‘외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의 의미로 사용한다.

세무처리만 하던 기업에 ‘전용’ 회계기준 생겼다

중기기준이 나오게 된 이유는?

일반기준은 중소기업에 불필요한 조항도 많아 복잡할 뿐 아니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소기업의 목소리였다. 현장의 회계처리가 법인세법 등 세법에 맞춘, ‘세금납부를 위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징세를 위한 목적일 뿐, 투자자 등이 기업에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으로 회계기준이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러한 기업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회계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장기적 목표는 중소기업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경제 전체로 볼 때도 의미가 있다. 중소기업이 투명해야 이와 거래하는 대기업의 투명성도 완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경제의 아주 중요한 한 축인 중소기업에 회계기준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쉽고 간편하게, 세법 규정도 일부 적용

중기기준의 특징을 요약해 달라

법무부와 한국회계기준원이 발간한 중소기업회계기준 해설서의 한 페이지. 본문 주요 내용마다 사례(청색 상자로 그려진 부분)를 넣어 이해를 도왔다. ©중기이코노미

간단하고 편리하게 기준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복잡한 거래가 거의 없다. 회계기준도 자주 발생하는 거래에 해당하는 부분 위주로 만들 수 있다. 중기기준이 일반기준의 1/10 분량에 불과한 이유다.

일반기준 적용 기업은 그 기준에 따라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필요하다면 세무신고 때 조정을 하는, 말하자면 이중작업을 하도록 돼 있다. 중기기준은 세법의 내용도 많이 반영했다. 물론 세법들의 조항을 모두 다 따를 수 없지만, 가능한 하나의 처리로 세무에 대한 내용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이중작업의 필요성을 가능한 한 줄였다.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일반기준에서 정하는 감가상각방법 선택의 문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을 위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중기기준에서는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인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자비용 자본화 부분도 법인세 내용과 맞출 수 있도록 해 계산을 한번만 하면 되도록 했다. 영업권 상각도 마찬가지다.

자산평가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일반기준에서는 자산평가시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취득원가와 무관하게 기말 현재의 시가를 평가해야 한다. 반면 중기기준에서는 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다. 시장가가 있는 유가증권은 예외다. 유가증권시장 등에서 바로 가격이 조회되기 때문에 가치평가가 쉽다.

한편 중기기준은 발생 가능한 모든 거래 등에 대한 기준을 망라한 것이 아니다. 흔히 나타나지 않는 거래나 사건에 대한 기준은 제외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는 일반기준을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안 물어”…감가상각·오류수정·매출채권양도 사례

사용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은?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 ©중기이코노미

일반기준의 경우, 하나의 회계정책에서 다른 것으로 변경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 처음부터 소급적용해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기기준은 시쳇말로 “과거를 묻지 말라”다. 정책을 바꿨다면 변경시점부터 적용하면 된다.

위에서 열거한 감가상각을 예로 들 수 있다. 정률법으로 처리하던 기업이 정액법으로 변경하자면, 중기기준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다시 처리하지 않고 현재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액법을 적용하면 된다.

오류수정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3년 전 회계처리에서 오류가 난 것을 발견했다고 치자. 일반기준에 의하면 3년 전 것을 고친 효과가 올 회계연도 기초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중기기준에서는 과거의 오류라도 이번 회계연도 손익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출채권 양도도 많은 기업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일반기준에서는 매각과 담보차입을 판단하기 위한 복잡한 지침들이 있으나 실체로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중기기준에서는 매각으로 간주해 간편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추가부담을 안게 될 경우 별도로 부채로 인식하도록 했다.

벌칙조항 없지만, 배당 등은 ‘이사’가 책임져야

올 1월1일부터 중기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

상법상 중소기업도 3가지 회계기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감법과 달리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적 벌칙을 주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이들 기준에 의하지 않은 재무제표에 근거해 이뤄진 배당 등의 의사결정에는 재무제표 작성의 책임이 있는 이사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재무제표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 경우 이해관계자 간에 다툼이 있을 때도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중기기준을 ‘또 하나의 기준’으로 인식해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규모가 커져 외감법 적용을 받게 되면 일반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회계작성을 전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감 대상이 되면 중기기준이 아닌 일반기준이나 국제기준만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중기기준과 일반기준에 차이가 없는 부분은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양 기준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은 일반기준에 맞추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국제기준과 일반규정 모두 최초 적용시에는 일부 면제규정을 두고 있다. 측정 등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면제규정을 둬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자산의 측정에 일반기준을 소급적용하는 것보다 해당 시점의 공정가치를 사용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공정가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법에 따른 회계처리를 하다가 일반기준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중기기준에서 일반기준으로 넘어가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편리하다는 것이다. 중기기준의 근간이 되는 규정과 개념체계가 일반기준에서 왔기 때문에 조정해야 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대로 세법에 따른 회계처리에서 일반기준으로 갈 경우 ‘리모델링’ 수준의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