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횡령·폭행죄 벌금…그래도 해고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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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업무상횡령·폭행죄 벌금…그래도 해고는 안돼 불이익처분시 법·규정을 엄격 적용해야 노무리스크 피할 수 있어

기사입력2017-02-02 00:00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해고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정당한 사유에 대해 법원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해고처분의 당부를 판단한다. ‘비위(非違)’가 어느 정도 돼야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사용자도 근로자도 자신에게 유리한 ‘사건’을 근거로 각자 유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업무상횡령 및 폭행죄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은 근로자에 대한 ‘사실상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다툰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2심인 대전고등법원은 ‘법리’가 아닌 ‘감정’에 따라 판단했다는 의견도 있다. 징계처분의 효력유무를 최종 판단하는 법원 또한 이럴진대 실무에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노사가 겪는 어려움의 정도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사실관계=해군 군무원인 A는 보통군사법원에서 ‘해군 소유의 부스타 크리너 20리터 10통 등 합계 151만9300원 상당의 재물을 임의로 처분하여 이를 횡령했다’는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의 경합범으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군무원인사법 제10조 3호와 제27조 그리고 국가공무원법 제33조 6호의2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자’는 ‘당연퇴직’ 규정이 적용돼 실질적인 해고처분을 인정하고 있다. 해군참모총장은 군무원인사법 등을 근거로 군무원 A에게 당연퇴직처분을 통지했다.

횡령 그것도 업무상 횡령사건이고, 폭행죄까지 더해졌다. 사회통념에 따르면 ‘비위’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법원 심급에 따라 갈렸다.

업무상횡령 및 폭행죄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은 근로자에 대한 ‘사실상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다툰 사건이 있다. 횡령 그것도 업무상 횡령사건이고, 폭행죄까지 더해졌다. 사회통념에 따르면 ‘비위’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법원 심급에 따라 갈렸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심급에 따른 판결=1심은 군무원 A의 손을 들었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그리고 결론부터 미리 밝히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만 사실상 해고처분과 동일한 ‘당연퇴직’ 사유, 즉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본 것이다.

◇사건의 쟁점=이 사건의 쟁점은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 경합범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자’가 군무원인사법 제10조 3호와 제27조가 정한 ‘업무상 횡령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자’에 해당되는가 여부였다. 군무원 A의 주장은 경합범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횡령금액이 151만원에 불과해 그것만으론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고법의 판단=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원심인 대전고법이 ‘당연퇴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이렇다. ①군무원인사법 제10조 3호와 제27조에 정한 당연퇴직사유를 횡령 관련 범죄만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해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②업무상횡령의 범죄행위만으로 양형을 정했더라도 3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전고법의 판결이유에 대한 검토=대전고법의 판결이유 중 ①은 명문의 규정을 넘은 과도한 해석이다. 불이익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을 원용함에 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 부합한다. 법원 자의에 따라 명문의 규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법치주의에 반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불이익처분 당사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전고법이 제시한 근거 ② 역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군무원 A가 업무상 횡령혐의로만으로 3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사실인 경우에도 법원이 군무원 A의 주장을 ‘기각’할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당연퇴직 처분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원이 ‘군무원 A가 업무상 횡령혐의만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사실을 제시했어야 했다.

불이익처분의 근거에 대한 입증책임을 불이익처분을 받은 당사자에게 미룬 것이다. 불이익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불이익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자신이 불이익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하는 것으로 족하다. 반면 불이익처분을 부과한 당사자는 불이익처분의 사유, 근거, 절차, 양정의 정당성 등 모두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업무상횡령 및 폭행죄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은 근로자에 대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만 사실상 해고처분과 동일한 ‘당연퇴직’ 사유, 즉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봤다. ©중기이코노미

◇대법원(2016.12.29. 선고, 2014두43806)의 판단=당연퇴직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한 대법원은 판결이유를 통해 불이익처분을 부과한 당사자는 불이익처분의 사유·근거·양정의 정당성 모두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공무원 당연퇴직제도는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해 임용권자의 의사표시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고,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당연퇴직사유의 존재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여야 한다”고 설시했다.

불이익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을 원용하기 위해서는 근거조항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면 곧바로 공무원 신분의 박탈이 수반되므로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헌법 제25조가 규정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 취임 기회의 보장뿐만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도 포함되므로, 이 사건 각 조항으로 인하여 공무담임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불이익처분의 정당성 요건으로 근거되는 법률조항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존재해야 하고, 그 해석 또한 불이익처분 당사자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외 대법원은 “이 사건 각 조항은 공무원의 금품 관련 비리를 근절·예방하기 위하여 공무원으로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횡령죄 등으로 일정한 형벌을 받은 경우를 공무원의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 해당 여부는 횡령죄 등 만에 대한 선고 형량이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을 때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즉 군무원 A에 대한 당연퇴직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폭행죄에 따른 추가 양형을 제외하고, 업무상 횡령죄만으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았다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군무원 A에 대한 당연퇴직의 법적성질은 해고처분과 다를 바 없고, 불이익처분이 정당할 경우 해당 공무원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당연퇴직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은 대전고법의 ‘감정’논리와 달리 합헌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업무상 횡령죄에 폭행죄까지 더해진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군무원 A의 행위가 징계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가혹한 징계수위인 해고처분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의 비위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조치했다.

회사내 사규 및 복무규율을 관리하는 인사담당자들에게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 정서적으로 보자면 비위의 정도가 심한 듯 보이지만, 법리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딜레마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알려줬다. 법과 규정을 가급적 엄격하게 적용하고 해석하라는 것이다. 불이익처분 특히 근로자의 생존권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중징계의 경우는 인사담당자 스스로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