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PE 특허전쟁, IPR 방패로 막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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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미 NPE 특허전쟁, IPR 방패로 막아볼까? 12~18개월 20~30만불 쾌속·저렴…금반언 원칙 주의를

기사입력2015-03-11 00: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 특허괴물(NPE)에게 특허소송 위협을 받는 기업이라면 IPR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법원 소송비용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R(당사자계 재심사제도, Inter Partes Review)은 개정된 미국 특허법(AIA)에 신설된 제도로, 법원이 아닌 특허청의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무효화 심판을 청구하는 제도다.

특허청이 지난 9일 개최한 ‘美 개정 특허법을 활용한 지재권 분쟁대응전략 및 2015년도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미국 IP(지식재산권) 전문 로펌 Fish&Richardson의 Thad Kodish 변호사는 “IPR제도는 특허소송을 당했거나 향후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허에 대해 무효화를 신청하는 것으로, 법원을 통하는 절차가 너무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그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됐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의 국제특허 소송 분쟁국가

기준:2014년 <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중기이코노미

특히 그는 “2013년 기준 특허소송 관련으로 법원에 제출한 건수는 전년 대비 18%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IPR 등 등록후 재심사절차 신청건수는 1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국제특허 분쟁 늘고, 미국 NPE 위협 여전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기업 국제 특허소송(1332건)의 79.8%가 미국 기업과의 분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4.0%), 일본(3.9%)과의 특허소송이 발생하긴 했지만 미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였다. 또한 최근 5년간 발생한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 특허소송 중 90%는 소송을 당한 사례였다.

특히 미국의 NPE(특허관리전문회사)로부터 소송 위협을 당하는 한국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소송에 대응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우려해 합의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12년 11월 기준으로 미국 NPE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별 특허건수는 전기전자(1만7758건), 정보통신(1만2873건), 화학·바이오(4,966건), 장치산업(5,145건) 등이었다. 이는 출원 또는 공개중인 특허를 제외한 자체 출원등록과 제3자 양수 특허만 집계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NPE의 특허소송 남발은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특허소송의 62%가 NPE와 관련된 소송이라는 자료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2년 9월부터는 특허권자가 아닌 제 3자가 특허 무효화를 신청할 수 있는 ‘등록후 재심사절차(Post-Grant Proceedings)’를 새롭게 시행해 기업들의 특허소송 비용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미국 NPE 보유 특허현황 (산업별)

기준:2012년 11월, 단위:건수 <자료=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중기이코노미

등록후 재심사절차에는 ▲IPR(당사자계 재심사제도, Inter Partes Review) ▲CBM(영업방법특허에 대한 재심사제도, Covered Business Method) ▲PGR(등록 후 재심사제도, Post Grant Review) 등 세 가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IPR은 현존하는 모든 특허에 대해 무효화를 신청할 수 있고 특허침해 주장을 받지 않은 특허에 대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IPR, 1년내 최종결정 하도록 법제화…소송보다 비용 저렴

IPR은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특허등록 9개월이 지난 이후의 시점에는 언제든지 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원이 아닌 특허청 내부의 PTAB(특허심판원,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 청구하게 되며, PTAB은 FWB(최종 서면결정서)를 통해 재판 결과를 확정한다.

IPR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최소 하나의 청구항을 무효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무효성만 입증할 수 있다면 신청인은 법원에 소송을 하지 않고, 최소 12개월 안에 분쟁을 종료시킬 수 있다. 12개월 내에 모든 절차를 마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최대 6개월까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재판까지 가기 위해 몇 년씩 걸리는 법원 소송과 달리 12~18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절차를 끝낼 수 있는 것이다.

Kodish 변호사는 “미국에서 최종 재판까지 가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 소송의 경우,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배심원들 앞에서 입증해야 하지만 IPR은 특허 무효화의 가능성을 PTAB에게 입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미국 특허소송 재판에서 영세기업이 원고일 경우, 대기업이 소규모 기업의 기술을 훔쳐갔다며 배심원들에게 감정적 호소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호소를 받아들이는 배심원들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IPR의 경우 기술적 분야의 학위를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PTAB이 판결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고 증거만으로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IPR 활용 증가…금반언 원칙은 주의해야

최근 3년간 등록 후 재심사절차 신청건수

IPR은 현재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Kodish 변호사에 따르면 IPR 활용건수는 제도가 시행된 2012년 17건에서 2013년 514건, 2014년 1489건, 2015년 2월12월 기준으로 691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조사를 살펴보면, 2012년 이래로 IPR 신청의 70~80%정도가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받아들여진 신청 중 80% 이상이 전체 청구항 또는 일부 청구항에 대해 무효화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IPR 신청인은 절차에서 패소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IPR절차에서 기각 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금반언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PR 신청인은 무효심판 판결 이후에 동일한 증거로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Kodish 변호사는 “IPR 신청인은 패소하게 되면 IPR 절차에서 제출했었던 선행기술 등을 토대로 법원이나 특허청의 다른 절차에서 반대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민사소송에 비해 입증책임이 완화됐다는 것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금반언 원칙 때문에 조금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