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이 독점했던 ‘특권’을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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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일부 대기업이 독점했던 ‘특권’을 회수해야 한다 많은 것 말고 해야 할 것을 하는 20대 국회가 되기를

기사입력2016-05-27 10:5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오는 29일 19대 국회가 문을 닫고, 30일 20대 국회가 시작된다. 19대 국회에 대한 주류 언론의 악의적인 평가는 납득할 수 없다. 다만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그들의 지적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경제 운용의 주체가 정부이고, 정부의 수반 대통령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13 총선 결과는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곧 ‘죽을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단언컨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다. 언제부턴가 골목 곳곳을 배회하며 폐지를 수거하는 등 굽은 노인의 안쓰러운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국전쟁 이후 넝마주이 이래 처음이다. 잊을만하면 또 다시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결식아동에 대한 애처로움도 이젠 무덤덤하다.

동국대(경제학) 김낙년 교수의 논문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최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2.9%다. 반면 하위 70%의 총소득 비중은 18.7%다. 100명 중 단 1명이 번 돈과 70명이 번 돈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소득’이란 일을 해서 벌었든 부동산투기를 해서 벌었든 단기간에 획득한 것이다. 해가 갈수록 벌어져 그 격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재산까지 더해지면 ‘양극화’라는 표현만으로 그 진정한 의미를 담을 수 없다.

미국의 출판 미디어 기업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3조원,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8조5000억원이다. 반면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1분기말 가계부채 규모가 1223조7000억원으로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1억원이다. 서울 강북 3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데, 1억원 정도 빚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대한민국이란 1%에겐 지상낙원이고, 최소한 70%에겐 ‘헬조선’이다.

기업은 사정이 좀 나은가?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 성장은 80년대 중반 이후 3저(유가,금리,달러)현상에 따른 고성장과 비교적 고분배라는 성과를 남기고 10여년간 잔치를 끝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더디게 외형은 키워가지만 대기업 일부만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창출되고, 다시 분배·재투자를 통해 국민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구조의 고리가 끊어졌다. 그 결과 대기업 곳간에는 800조 이상의 잉여유보금이 쌓여져 있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중견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3%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기업중 중소기업 비중이 99%이고, 종사자 비중은 88%다.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복원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20대 국회에 바란다. ‘죽을 것’ 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웬만한 의지와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이 없으면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험난한 길이다. 경제성장 또는 발전이란 명분으로 수십년간 아니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일부 대기업이 독점했던 ‘특권’을 회수해야 한다. 그렇게 돌려받는 특권을 99% 중소기업에게, 88%의 근로자에 고루 나눠 줘야 한다. 99% 공장에 기계가 돌아가고 88% 근로자가 지갑을 열 수 있을 때 우리 경제는 다시 선순환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

많은 것을 하려는 국회 말고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20대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