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공무원의 발빠른 순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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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공무원의 발빠른 순발력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10조 근거는?…‘정부가 정했으니 따르라’

기사입력2016-06-10 08:5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이번에 카카오 같은 데서 뭘 좀 해 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지정이 돼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냐”라며 “지금 이 시대에 맞게 이 부분은 손을 대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43일이 지났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재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9일 발표했다. 놀랄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갈등과 수탈’이냐 아니면 ‘협력과 공존’이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중소기업청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리고 동반성장위원회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대통령이 깨알같은 리더십을 보여준 이후 43일, 그 기간에는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현충일을 포함 휴일이 15일이 있었다. 우리 경제관료들이 공식적으로 근무한 일수로는 28일이다. 이들은 28일간의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집단 지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물론 박 대통령 발언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사안일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공무원에게 이제 ‘무사안일’, ‘복지부동’이란 표현을 사용하면 곤란해 질 수 있다. 발빠르고 순발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그렇더라도 이번 정부발표에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왜 10조원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 물론 지정기준을 5조원으로 정했던 2007년에도 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정부관료가 정한 것이니 따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손’을 대라고 하니 ‘손’을 댄 것처럼.

지정기준을 입안한 정부관료 그리고 박 대통령에게 되묻고 싶은 것은 카카오가 ‘뭘’하려고 했는지, 대기업으로 지정돼서 하지못한 ‘이것’과 ‘저것’이 무엇인지? 혹 그것이 1%의 대기업이 아닌 99%의 영세기업·소기업·중소기업 그리고 이들 기업들이 고용한 근로자와 그 식솔들의 먹거리는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