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주는 ‘서별관회의 청문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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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면죄부 주는 ‘서별관회의 청문회’ 하지 마라 참석 당사자 빼고 무엇을 하려는지 야당에 묻는다

기사입력2016-08-29 13:5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집행된다. 추경예산 가운데 1조4000억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출자금으로 쓰인다. 전체 추경예산 중 10%를 웃도는 돈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범죄에 대한 뒤치다꺼리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 결정을 통해서 대우조선해양에는 이미 산업은행 자금 4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에 5조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되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감리가 필요하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서별관회의는 이를 덮었다. 분식회계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이 1조5000억원의 회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그 규모가 더 커졌다. 5조원 규모다.

서별관회의 참석자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과 관련,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홍 전 산은회장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며 자신과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홍 전 산은회장의 자백에서 비롯됐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핵심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결정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더 악화시킨 원인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또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에 대한 단죄와 함께 이같은 범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강만수·민유성·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46명의 증인과 4명의 참고인을 채택했다. 그러나 여기에 홍 전 회장이 주범으로 지목했던 청와대(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현 정책조정수석)와 기재부(최경환 의원)는 없다. 청문회가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는 제외하고, 참석하지도 않았던 전현직 관료를 불러서 뭘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 실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여당은 그렇더라도, 무슨 생각으로 이같이 합의했는지 야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청문회를 하지 않았다면 훗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을, 청문회를 통해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핵심을 다 빼놓고 하자고 하면 청문회의 의도가 뭐냐”면서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고 야당에 묻고 싶다”며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조선업종 밀집지역인 울산, 경남, 전남, 전북의 실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지역의 7월 실업자 수는 총 12만6000명으로 지난해 말(9만8000명)보다 2만8000명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별관회의 피해자다. 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의 백만분의 일이라도 공감했다면 이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