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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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론을 모아가는 국정운영시스템은 어디에

기사입력2016-10-17 17: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정운영시스템의 붕괴. 박근혜 정부 4년차, 최악의 실패는 공조직에 의해 운영돼야 할 국정운영시스템이 무너진 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간 정면충돌하는 지점엔 대부분 ‘비선실세’가 등장한다. 난데없이 돌을 맞은 이화여대가 그렇고,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정과 모금과정도 그랬다. 공조직 어디에서, 그 누구도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 말단 관료에서부터 전경련 상임부회장까지 일사분란하게 동원됐다. 비선실세의 의사에 반해 불편부당한 행정행위를 한 당사자는 공직에서 쫓겨났다. 저항까지는 아니어도 국정운영시스템을 그나마 유지하고자 했던 당사자들은 모두 권력으로부터 철저하게 응징을 당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문건유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역시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지만 그 칼끝이 청와대를 향했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았다. 국가의 공조직은 공익보다 특정한 개인,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사조직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비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합리적인 이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국정운영시스템은 무너졌고, 모든 관료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통일대박’에서 ‘지옥’으로 대북정책을 급선회해도 누구하나, 어느 부처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북한을 지옥이라고 단정하는 대통령의 발언과 대북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통일부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언, 지시에 대한 사소한 토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박근혜 정부 4년간 관료들은 몸으로 체득했다. 통일부의 기능은 이제 싱크탱크가 아닌 대통령 비서실로 전락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고, 그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복지부동’을 넘어 ‘오체투지’ 경지에 이르렀다는 비난은 비단 통일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중 하나가 창조경제이고 주무부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다. 지난 4년간의 창조경제 추진 성과로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정도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수많은 엘리트 관료들이 기획력이 부족해서 또는 게을러서 성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미스터리’한 개념을 현실 정책으로 구현해 ‘경제적인 성과물’로 만들 수 있는 재주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과거 종편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출연해 ‘한반도의 3대 미스터리’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생각’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꼽았다. 대통령의 ‘교시’에 대한 옳고 그름, 이행가능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 집행하도록 공직사회에서 ‘영혼’을 제거해 버린 결과다.

북한정권의 사상통제, 일본 제국주의의 황국신민화 정책을 비판하는 정부가 국정교과서 강행을 통해 획일적인 국가관을 강요하고 있다. 집필진조차 구하지 못하고, 그 명단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반역사적인 행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해 문민정부의 씨앗을 뿌렸던 광주민주화운동, 제주도 4.3항쟁을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행태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안녕과 질서를 위해 복무해야 할 관료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문제제기에 따른 치열한 토론과 논쟁, 그리하여 공론을 모아가는 국정운영시스템이 그리워진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반면 국정운영시스템에 소속돼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사회, 관료들의 임기는 법에 정한 정년까지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임용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국민들은 100만이 넘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임용 당시 선서한 약속을 지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