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수억 증여·상속·양도소득 세율 20%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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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수조 수억 증여·상속·양도소득 세율 20% 안팎 ‘진짜’ 경제민주화…조세제도부터 개편 ‘공평과세’ 원칙 세워라

기사입력2016-11-14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각 소득 및 세목의 분위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위 10%가 예·적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의 91% 그리고 주식 배당소득의 94%를 가져갔다. 또 상위 10%가 종합부동산세의 87.7% 그리고 토지와 건물 등을 처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의 83.1%를 부담했다. 현금자산과 부동산자산 모두 상위 10%에 집중된 결과를 보여주는 사회양극화 수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추진했던 이른바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산업 발굴 및 발전’과 노동시장개혁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이와함께 ‘고용률 증대’ 중 어느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다. 연말이면 13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고, 출범 전후 줄기차게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했다는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헬조선’에 더해 ‘샤머니즘’ 국가라고 조롱받는 우리사회에 남겨진 것이라곤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뿐이다.

증여·상속세율은 모두 최고한도가 50%다. 증여·상속세를 가장 많이 냈다는 10%가 부담한 실효세율은 최고세율의 각각 1/3 좀 넘고, 절반이 채 안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는 직접적으론 계층간의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우리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자체를 소멸시킨다. ‘금수저’들의 끝 모를 탐욕을 조장하는 정부가 ‘흙수저’들에게 ‘산업역군’의 역할을 요구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바람이다. 정부의 책무는 금수저들의 광란의 질주를 멈춰 세우고, 흙수저들이 8시간 노동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또 불공정거래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대기업의 사슬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사슬 자체를 잘라내야 한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당장 추진해야 하는 과제는 경제민주화 실현이란 큰 틀에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다. 경제민주화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하다거나 추상적이란 비판은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정치인·관변학자의 억지주장일 뿐이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눈에 보이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현안들을 하나하나 사회통념에 맞게 바로 잡아가는 것,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시작이고 또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에 따르면, 2011~2015년까지 2만6000명의 미성년자는 금수저인 부모 등으로부터 평균 1억2000만원을 증여받았다. 이들이 지난 5년간 낸 증여세율은 20%다. 또 이들 중 만 2세가 되지 않았는데도 증여받은 미성년자도 2207명이다. 1인당 평균 2426만원이고 증여세율은 20.9%다. 이외 같은 기간 증여·상속세를 부담한 상위 10%가 부담한 세율은 각각 18%와 22%다. 증여·상속세율은 모두 최고한도가 50%다. 증여·상속세를 가장 많이 냈다는 10%가 부담한 실효세율은 최고세율의 각각 1/3 좀 넘고, 절반이 채 안된다.

흙수저의 눈에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고 사회통념에 맞지도 않다. 증여·상속세를 걷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최고세율을 낮추는 것이 낫다. 괜히 역진세제인 현실을 감추기 위해 누진세 외관만 취한 것이 아니라면. 껍데기와 알맹이를 일치시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 이게 바로 경제민주화다.

최근 5년간 전체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자는 16만6838만명이고, 이들이 주식을 팔아 얻은 소득은 총 48조1746억원인데, 그것에 대한 세율이 20%라는 것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또 박 의원에 따르면 2011~2015년까지 주식투자로 100억원 이상 양도소득을 올린 사람은 610명이다. 이들이 지난 5년간 주식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20조원이다. 또 최근 5년간 전체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자는 16만6838만명이고, 이들이 주식을 팔아 얻은 소득은 총 48조1746억원이다. 1명당 2억8875만원이고, 이들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율은 20%다.

주식양도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불로소득에 속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주식양도소득의 경우 대주주(코스피 상장기업 지분율 1% 이상 또는 25억원 이상)에게만 과세하고 있다. 주식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대주주들은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금수저로부터 물려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식의 가치를 높게 하는데 극히 제한된 공헌을 한 이들에게 주식양도세를 20%로 제한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 부모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48조원 이상을 벌었는데 그것에 대한 세율이 20%라는 것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

세계적인 저성장기조의 고착 그리고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상당기간 우리경제는 외형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맞는 국가재정을 충족시킬 만큼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외면했던 경제민주화란 이념을 복권시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으라고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금수저를 계속 금수저로 만들고, 한번 흙수저이면 영원히 흙수저로 머물게 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때다. 부자에겐 관대하고 가난한 자에겐 가혹한 조세제도를 바꾸는 것은 그 시작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는 공평과세원칙을 지키라고 정부에 또 야3당에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