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취소하고 야권연대와 함께 국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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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영수회담’ 취소하고 야권연대와 함께 국민 속으로 박 대통령을 포함, 부역자들을 청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

기사입력2016-11-14 15:1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교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좌고우면하다 100만 이상의 촛불이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외침과 함께 거리로 나서자 무임승차하자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자고 졸라 청와대의 ‘승낙’이 떨어졌다.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말은 더불어민주당은 ‘영수’의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촛불’정국이 오기까지 민주당을 포함 야당의 역할은 미미하거나 없었다. 비선실세들의 폭주가 자기통제 능력을 잃어 천기의 일부가 새어나왔다. 그것을 추적해 판을 깐 것은 JTBC, 한겨레, 경향신문 등 언론이고, 추잡하고 천박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확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모아져 여기까지 왔다. 사실이 그러한데 난데없이 ‘영수회담’, 그것도 야3당의 뜻을 모은 것도 아닌 민주당 추미애 대표만 참석하는 영수회담이라니.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가. 양자간 회담내용은 합의의 형식이든, 이견을 확인한 것이든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이견을 확인할 것이라면 양자회담 자체가 의미가 없으니 논외로 하자. 추 대표와 박 대통령간의 합의할 내용이 있기는 한 것인가. 또 추 대표가 합의하면 촛불정국이 정리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민주당은 추 대표가 제안한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 대해 “정확한 촛불민심을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전달하고, 현재 비상시국에 대한 정국해법도 명확하게 대통령에게 답변을 듣도록 하겠다”고 14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몰라서 이런 저런 딴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이 믿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을 포함 정부조직과 정치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부역자’ 모두가 성난 민심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알기에 어떻게든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슨 답변을 듣겠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부역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청산이다. 무너진 국가기강과 헌법질서를 바로 잡기위한 전제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이고, 그래서 대통령의 퇴진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추 대표가 양자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으로부터 ‘즉각적인 퇴진’ 약속을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과 부역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을 이양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만에 하나 퇴진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에게 ‘공’이 돌아가는 양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이를 표명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하다. 민주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박 대통령과의 협상이 아니라 당조직인 당협위원회 등을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 정의당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연대를 더욱 강고히 하는 한편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정국안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능력도 자격도 부족한 민주당이 불쑥 나서서 달아오른 쇠에 찬물을 끼얹을 일이 아니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기정사실이다. 100만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시간과 형식이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도 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법에 따라 사법처리 수순을 앞둔 범죄 ‘혐의자’일 뿐이다. 국민 어느 누구도 민주당에게 박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한 거래를 명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서도 박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자신들이 행한 범죄의 흔적을 덮기 위해 국가 공조직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들인 ‘문고리 3인방’이 지난달 30일 경질된 이후 보름, 14일 오후 현재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만 구속됐다. 나머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정농단의 또 다른 축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거나, 확인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관련자들만 구속됐거나 조사를 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의 한 가지일 뿐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 요직 곳곳에 숨어서 국정농단을 자행했던 세력들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질서있는 퇴진’은 이들에게 범죄은폐를 위한 기회와 시간을 제공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과 부역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 퇴진 이후 반드시 거쳐야할 부역자 청산작업은 지금보다 더 지난한 길을 가야 한다. 민주당을 포함 야3당의 단일한 대오가 갖춰지고, 국민 모두의 신뢰가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을 전제해도 쉽지 않은 과업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야3당 연대의 틀을 깨고 양자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 힘을 믿지 않고 주저 주저하다가 100만 이상의 촛불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당 차원에서 ‘하야’를 거론하는 민주당이다.

다시 한번 분명히 하지만 박 대통령의 퇴진은 시간문제다. 그 전제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야3당의 연대다. 민주당을 포함 야3당에게 필요한 것은 일사분란한 야권연대지, 각개 약진이 아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영수회담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야3당 대표가 모여 몇날 며칠 밤을 새더라도 국민대중과 함께 ‘질서있는 전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물론 부역자들을 전면적으로 청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멀리는 해방 이후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 역사를, 가깝게는 군사독재 이후 군부잔존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반복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