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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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 묻는다 당대표직 하는 이유는 국민과 국가, 새누리당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자기고백

기사입력2016-11-16 17:5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특정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 이런 저런 ‘평가’를 하는 것은 부담스런 정도를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특히 해당 정치인의 정책이 아닌 일부 발언이나 행태만을 근거로 인물평을 하는 경우 평가자의 주관이 필요 이상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그의 발언내용이 궤변을 넘어 망언 수준이고, 그의 행태가 ‘사이비신도’ 이상의 ‘패악’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이비신도’라는 표현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두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 말이다.

이정현 대표의 발언과 행태들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으나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던 차에 남 지사의 표현은 ‘딱’이다. 좀 더 들어가면 이 대표의 세계관은 민주주의 공화국 ‘시민’의 사고로 나아가지 못했고 왕정시대 ‘기사’, 봉건적 세계관에 머물고 있다. 기사는 왕 또는 영주가 분배한 봉토를 대가로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만을 명예로 여긴다. 기사들에겐 자신의 주군외에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잠잘 곳을 생산한 농노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노는 그저 자신의 주군을 홀로 돋보이게 하는 장식물일 뿐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말단 당직자부터 시작해 16단계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남을 텃밭으로 한 당에서 호남출신이 16개 관문을 통과해 당권을 장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본인 스스로 대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3자의 눈을 통해 보더라도 대단했던 인생드라마인 것은 틀림없다. 또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땅에서 26년만에 여당의 깃발을 꽂았고, 여당참패로 끝난 지난 총선에서도 ‘적진’에서 생환하는 등 오늘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설명할 수 있는 일화는 많다.

문제는 봉건적 세계관을 간직한 기사, 이 대표가 민주주의 공화국내 대중정당의 대표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누리당이 사분오열되고, 친박과 비박 가릴 것 없이 서로 막말을 주고받는 상황, 여기까지 온 직접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봉건적 세계관 때문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 대중정당의 의사결정 구조는 당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공론의 장으로 수렴해, 토론과 설득 그리고 합의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대표의 봉건적 세계관에서는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 그 자체가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 당원들은 주군의 들러리여야 하고, 어차피 결정은 주군의 몫이다. 박 대통령의 뜻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용납하지도 않았다. 대중정당의 대표로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란 것은 애초부터 없었고, 주군의 지시에 따라 당을 통제하는 기사로서의 역할만을 자임했을 뿐이다.

이 대표의 주군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왕의 남자’다. 이 대표의 결정이나 판단의 모든 기준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 사건으로 좌초 직전, 새누리당의 쇄신을 위해 친박의원을 포함 대다수 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께서 힘들어 하시는데 떠나는 '의리'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게 이정현 대표다.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새누리당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박 대통령만을 위한 것이라는 자기고백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주군을 위해 국민들을 들러리로 세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최순실 의혹이 확산되자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난데없는 단식을 시작해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만들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출연금이 문제되자 세월호 성금도 걷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박 대통령 연설문을 최순실이 첨삭지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친구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세월호 관련 부정적인 보도를 대통령이 본다는 이유로 KBS에 전화해서 자제하라고 했다. 국정홍보수석의 당연한 업무이고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도 했던 일이라는 거짓말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나를 ‘제값’으로 대접해준 사람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내용의 부산일보 인터뷰였다. 정치인 이정현 대표를 대접해준 사람은 자신의 지역구인 순천시민도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직을 내놓으라는 새누리당내 인사들도 아닐 터이고, 또 자신의 주군인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국민들은 더더욱 아니고, 오직 단 한사람 박 대통령만이 자신의 충성심을 알고 있다고 본인 스스로도 확신하고 있다. 그러면 박 대통령한테 가면된다. 이정현 대표에게 묻는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교육 심지어 의료분야까지 국정시스템이 부정과 비리로 혼탁하고 마비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