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믿고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공화국 회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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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촛불을 믿고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공화국 회복을 ‘사상누각’ 위에 서있는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기사입력2016-11-21 15:5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상누각’이라 했다. ‘증거를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환상의 집’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대한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의 20일 공식브리핑 내용이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환상의 집’이란 억지주장을 이유로 검찰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박 대통령 입맛에 맞는 ‘중립적’ 특검이 아니면 조사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사과 당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며 특검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약속위반과 거짓말이 다반사인 최근 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서 자괴감과 함께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 그리고 일말의 책임감마저 팽개친 인물에게 대통령이란 호칭을 계속 사용해야 되는지 조차 의문이다.

갈 길은 분명해졌다. 청와대는 헌법에 따른 절차를 얘기했고, 국무조정실은 22일 국무회의에 특검법을 상정해 심의·의결한다고 21일 밝혔다. 야3당 또한 탄핵절차와 특별검사 인선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친박인사 일부와 여전히 장악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정부조직, 그리고 관변·극우단체를 총동원해 반격에 나설 것이다. 100만 촛불로 확인된 민심의 분노에 비하면 한줌도 되지 않지만, 이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무기력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자신들이 자행한 범죄를 덮기 위해, 그래야만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아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국민대중의 분노는 들끓었고, 한 순간에 폭발했지만 어느 순간 소멸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촛불 하나하나는 가정에 돌아가면 가장이고, 직장에선 직업인이다. 이들에게 집과 업을 뒤로하고 기한없이 광장에 나와 직접민주주의의 주체가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오는 26일 100만 이상의 참여가 예상되는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지만 여기까지다. 물론 26일 이후 추가적인 의혹이 불거지거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등 변수에 따라 촛불의 위력은 유동적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스스로 선택해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것은 촛불의 소멸과 야3당의 균열이다.

야3당이 정치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촛불정국이 장기화되면 촛불의 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3당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야3당 그리고 이른바 대권주자 각각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드러나게 되는 틈새는 박 대통령의 반격지점이다. 탄핵절차와 방법 그리고 특검 인선과 진행 모두에 대해 야3당은 일말의 틈도 보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나아가 탄핵절차와 특검을 추진함에 있어 야3당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시민사회단체와 촛불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야 한다. 민주주의공화국을 사수하기 위한 싸움은 여의도 국회의 담장을 넘어 이미 대중의 광장으로까지 확산됐다.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에 지금 시급한 것은 광장의 촛불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곤하고 지루할 수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이 보호하지 않듯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지 않는 자 역시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다. 촛불은 자신을 위해 또 자식의 보다 나은 미래를 서로 기대고, 촛불을 나눌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야3당 국회의원 각각은 국민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책무를 부여받았다. 촛불을 믿고,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공화국 회복을 위한 결연한 의지와 함께 그에 맞는 실천을 보여주기를 야3당에 당부한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친박의원, 정부의 일부 관료 그리고 극우단체를 여전히 자신의 사유물로 여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사상누각’ 위에 서있고, ‘환상의 집’에 갇혀 있다. 사상누각과 환상의 집은 조만간 촛불에 의해 무너지고 깨질 것이다. 그것이 정의실현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