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재앙’…‘집단지성’으로 해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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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인구재앙’…‘집단지성’으로 해법을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정부 역할

기사입력2016-12-22 22: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출생아수는 3만16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100명, 13.9% 감소했다. 월별 출생아수 3만1600명은 지난 2000년 통계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는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또 지난 10월까지 전체 누계 출생아수도 34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400명 적다. 이대로 가면 연말 추산 출생아수는 41만명대, 이 또한 역대 최저치다.

출생아수가 급격히 줄어든 직접적인 원인은 출생아수의 선행지표인 혼인건수가 계속 감소하기 때문이다.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혼인건수가 전년대비 5.4% 감소한데 이어, 2015년에 추가로 0.9% 감소했다. 또 올해 10월까지 전체 혼인건수는 22만7000건, 지난해 10월까지 누계인 24만3500건보다 6.4% 적다.

지난 8일 발표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5~2065)를 보면 혼인건수와 출생아수가 감소됨에 따라 2029년에 이르면 사망자(28만명)가 출생아(26만명)보다 더 많아 인구가 감소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감소는 12~13년 후부터 시작되지만,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정점(3763만명)을 찍고 당장 내년부터 감소한다(3762만명). 또 2020년부터는 연평균 30만명이상 급감하기 시작해 2065년에는 2062만명으로 줄어, 부양인구가 생산가능인구보다 많아진다(총부양비는 108.7명). 총부양비 108.7명이란 100명이 일해서 유아, 아동 그리고 노인 등 108.7명을 부양해야한다는 의미다.

인구감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비·투자·생산감소를 초래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으로 노동투입 여력이 더 빠르게 줄어들면서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향후 5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대에는 1% 중반으로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생산인구의 감소, 즉 유아·아동·노인 등 부양인구 증가는 복지비용 증가로 직접 이어져 국민부담 증가와 함께 사회보험기금의 고갈 등 국가재정의 균형을 깨뜨릴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 추세가 상당기간 2%대 이상의 성장조차 자신할 수 없는 우리경제에 위협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인구절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이유다.

‘인구재앙’을 피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해법은 출생아수를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가임여성인구가 줄고 있어 출생아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1월 발표한 ‘한국의 저출산 지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임여성인구수는 2015년 기준으로 1279만6000명이며, 최근 10년간 1300만명대에서 1200만명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2011~2015)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평균 1.24명으로 경향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출생아수가 줄고 있다.

출생아수 감소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 대책으론 결혼·출산에 친화적인 법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함께 일·가정 양립이 가능도록 보육 관련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투입된 예산대비 효과성이 극히 낮았지만 지금까지 ‘저출산대책’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추진했던 방식이다. 이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1월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을 위해)지난 10년간 150조원을 투입해 대응해왔으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정책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부처별로 시행하는 저출산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해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또 국무조정실 등과 협업해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대책의 기본방향을 연말까지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중복·비효율적인 저출산대책을 조정·통합하고 콘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방침은 일단 긍정적이다. 또 금전적 지원 중심의 단기적인 처방에 더해 청년일자리, 신혼부부 주거, 교육개혁 등 중장기대책도 검토하고 있다니 이 또한 기대하고 싶다. 그럼에도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청년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면서 ‘질 낮은 일자리’로 숫자를 채우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두기를 바란다. 또 신혼부부에 보금자리를 제공한다면서 다른 한편에선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과오를 또 다시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울러 ‘줄세우기’식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과 무한한 상상력을 좁은 틀속에 가두려는 전근대적인 교육철학도 폐기해야 한다.

하루 이틀 또 한두달만에, 특히 고단한 청년의 삶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몇몇 관료들의 머리로는 실효성있는 저출산대책을 생산할 수 없다. 유 부총리가 저출산대책 발표 시점으로 잡은 연말이란 시효는 그래서 중요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청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관련학계와 정치권 모두가 실질적인 대책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인구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없는 능력을 포장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졸속대책 발표가 아니다.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