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통한 소득주도 성장 “발상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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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일자리 창출 통한 소득주도 성장 “발상 바꾸자” 성장을 통한 창출은 없다…여당은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 내놔라

기사입력2017-01-19 15:4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17년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방향’을 18일 확정했다. 정부가 이번에 확정 발표한 ‘국정운영 추진방향’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추진·계획 중인 일자리 유지·창출 방안을 한데 모은 범 정부차원의 ‘일자리 종합대책’이다. 그럼에도 일자리 종합대책에 대한 대다수 언론의 평가는 인색하다. 그나마 우호적인 표현 정도가 ‘킬러 콘텐츠가 없다’, ‘한방이 없다’는 정도다. 혹평의 이유 중에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뜬 구름 잡기’, ‘질보다 양 중심의 숫자 늘리기’, 거기에 재탕·삼탕도 빠지지 않았다.

일자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상반기 악화된 고용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조기집행(31%)으로 ‘고용절벽’을 최대한 방어한다. 또 올해 일자리 예산의 62.7%를 상반기에 집행, 정부·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각각 1만9000명(연간계획의 46.0%)과 1만1000명(연간계획의 55.9%)을 상반기에 채용한다. ‘고용절벽’에 맞선 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고작 ‘돈 당겨쓰기’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해 추가로 고용되는 인력은 전혀 없다. 일자리 대책이란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고용애로 계층에 대한 일자리대책 또한 기존 대책을 나열했거나 실효성없기는 마찬가지다. 청년 일자리대책 중에서 새롭게 제시한 것이 하반기 완료 예정인 일자리포털 구축이다. 일자리포털을 정비함으로써 구직자 입장에서 일자리를 쉽게 검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영리 또는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포털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을 포함 지금도 숱하다. 역대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는 청년실업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없기 때문이지, 일자리 정보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위해서는 ‘투잡’을 뛰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해 2곳 사업장의 근로시간과 소득을 합산해 사회보험을 적용한다. 일부 전문직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는 근로조건이 열악한 ‘질 낮은’ 일자리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우선과제란 이유로 중단되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 문제다.

비정규직 일자리대책이란 것 또한 공허하기 매 한가지다. 비정규직 차별기준을 보완하고 차별판단 매뉴얼을 개정한다. 비정규직 차별개선은 일자리 유지·창출 이전에 풀어야 할 인권의 문제다. 비정규직 차별개선을 통해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속뜻은 이해가 되지만 너무 한갓진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종합대책을 보면,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상반기에 정부·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한다. ‘고용절벽’에 맞선 정부의 대책이 고작 ‘돈 당겨쓰기’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미래의 고용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정부는 일자리 종합대책을 통해 노동개혁·산업개혁 입법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법안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국회에 요구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1년 이상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노동개혁법(근로기준법, 파견법 등)이고 산업개혁법(서비스발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이다. 다시금 이들 법안을 끄집어내 일자리 창출 법안이라고 발표한 정부의 생각이 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일자리 종합대책 중 또 하나의 압권은 정부 모든 부처에 국장급 일자리책임관을 지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재부 차관보와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공동 주재로 책임관회의를 개최, 일자리 정책 발굴·협의 그리고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국장급 인력 증원도 아니고, 직제 신설도 아닌 ‘일자리 정책 발굴’을 위한 ‘책임자’를 ‘지정’함으로써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정부가 믿고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최우선 국정과제였기에, 가장 선행했어야 할 ‘책임자’ 지정을 이제 와서 대책이라고 꺼낸 궁색함이 안쓰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특히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에 달한다. 올해 사정은 더 나쁘다. 정부기관을 포함 민간경제연구소 모두 올해 2%대 경제성장 전망치를 제시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과거와 다른 방식, 즉 발상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인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가 아닌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이어야 한다. 또 소득주도 성장없이는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유일호 부총리가 기존 틀에 매여 일자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로 그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현행 법정노동시간(52시간)을 준수하는 수준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최대 20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현재 7.6%인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p 올려, OECD 국가 평균(21.3%)의 절반 수준만 유지해도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창출방안에 대해 새누리당, 바른정당 그리고 보수언론 모두가 입을 모아 재정의 문제 등을 이유로 ‘무책임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주장과 대안은 늘 검증과 논란의 대상이고, 그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현실에 접목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자리 잡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의 일자리 종합대책으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주장은 검토할 충분한 가치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이다. 재정이 문제라면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산업현장의 장시간근로 관행이 문제라면 이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 불가능한 것을 고집하기보다 발상을 바꿔서라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사실상 전매 특허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