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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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은 무엇인가 국민의 요구는 진실이고, 필요한 것이 청와대 압수수색이다

기사입력2017-02-06 16:3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신청하고, 법원이 발부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청와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에 따른 군사기밀시설이고, 내부에 공무상 비밀자료가 많다는 이유로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형사소송법이지만, 그 속내는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하고 감추고자 함이다. 청와대 논리에 따르면 청와대 영내에서 벌어진 ‘내란음모’가 확인된 경우에도 청와대는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성역’이란 얘기다. 하나의 성역은 또 다른 성역을 낳고 결국 대한민국 영토 어디에도, 국민 누구에게도 공권력은 집행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무조건 집행돼야 한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등 재벌그룹 총수들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해 이미 구속된 최순실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공범자들과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한 ‘범행장소’ 중 한 곳이다. 박 대통령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의 ‘보고’를 목전에 두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압수수색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절차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없어도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증인은 차고 또 넘친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이유는 억지주장과 궤변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보수언론에서는 ‘태극기’와 ‘촛불’을 비교하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자체가 갖는 전대미문의 충격 탓에 아직 동급이란 주장까진 차마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극우단체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조직화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촛불과 태극기의 비율이 9대1이든 8대2든, 소모적인 갈등 양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가 청와대 압수수색이다. 그리고 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돼 있어 청와대 비서실 운영과 관련한 최종 책임자는 황 권한대행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협조공문을 보낸 상태로 답변을 기다린 후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황 권한대행에게 요구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권력의 행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을 넘어 헌법을 파괴했다는 혐의를 받고, 탄핵사건 피청구인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고 있다. 또 민주주의 공화국의 전제가 되는 법치주의를 외면하고, 권력을 사유화·남용으로써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탄핵심판절차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무너진 법치주의를 회복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는 이제 황 권한대행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은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제한·통제되는 것이다. 또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는 공권력 주체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최종 책임자가 바로 황 권한대행이란 말이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

법리의 당부를 떠나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보장해줘야만 할 ‘원죄’가 있다.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이라는 국정농단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법무부장관으로 시작, 오늘까지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등 권력의 중심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십상시 논란’, ‘정윤회 문건 파동’ 등 국정농단 사건의 전조가 나타났을 때도 ‘근거없는 의혹’으로 치부하며, 사건 자체를 묻어버린 당사자가 황 권한대행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내각의 고위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던 이가 황 권한대행이다. 대통령 이외 내각을 책임지고 장관 임명에 대한 제청권까지 가진 국무총리가 본연의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예상되는 국정공백과 국가적 혼란만 아니었다면, 황 권한대행 역시 탄핵심판대에 올랐을 것이 자명하다. 국정농단 사건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통감한다면 특검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농단 사건의 의혹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무너진 헌법질서를 복원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또 억지주장과 궤변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무리들의 음모를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택은 황 권한대행의 몫이다. 탄핵정국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청와대에 유폐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철옹성이었던 권력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은 사법부·행정부 그리고 의회도 아닌 1000만 촛불이다. 지금 국민 모두가 요구하는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청와대 압수수색이다. 헌법적 가치와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함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족하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역사도 만들어낸 민심이고 촛불이다. 거듭 밝히지만 선택은 황 권한대행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