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요구를 뒤로 한 민주당·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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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국민의 요구를 뒤로 한 민주당·국민의당 착각서 벗어나야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가 있는 사회 만들 수 있어

기사입력2017-02-27 19: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가와 국민은 없고 오로지 계산기만 열심히 두드린 필연적인 결과다. 특검수사 중단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특검수사를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국가의 초석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특검수사만이 정의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가장 유력하고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검이 지난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이후 특검수사 중단 여부는 짧게는 지난 10여일 이상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특검수사기간 연장을 위해 이 기간 동안 야당이 한 일이라곤 권한대행에게 구걸하는 것이 전부였다. 또 한편으론 권한대행이 특검수사 연장요청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할 만큼 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농성 등 책임회피성 발언을 반복한 것 외에는 없다.

‘태극기’ 눈치와 ‘촛불’의 요구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바른정당 그리고 원내 절대 소수당인 정의당은 그렇다고 치자. 원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그간 처신을 보자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집권을 하겠다면서도 양당은 탄핵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태극기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가고, 종편을 중심으로 한 양비론이 고개를 들자 한발 뺐던 촛불광장에 다시 기웃거렸다.

‘태극기’의 억지궤변과 종편의 왜곡된 주장을 잠재울 수 있는 어떠한 수습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려 하지도 않았고, 권한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촛불에만 기댄채 시간만 보냈다. 특검조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것이 그나마 했다면 한 일이다. 그마저도 여야협상은 무산됐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통한 직권상정 시도 또한 실패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는 특검법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이다.

국회법 85조에 명시된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등 3가지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경우에도 나머지 요건에 해당되면 특검법 개정안은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었단 얘기다. 정 의장은 ‘소심’했고, 국회의장에게 모든 짐을 넘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무책임했다.

지난해 2월 19대 국회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가비상사태’라는 이유를 들어 정보 수집, 조사 등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한 테러방지법을 직권으로 상정했고,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해 2월 우리나라 정세에서 ‘국가비상사태’였음을 알려줄 수 있는 징후는 단 하나도 없다. 지난해 2월과 단순 비교하면 탄핵국면인 올해 2월은 ‘국가비상사태’ 그 이상이다. 직권상정 자체가 국회법을 확대해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더라도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예컨대 직권상정 이후 문제가 되는 경우 책임있는 정치인 누군가가 ‘총대’를 멨다면 국민들의 겪어야 할 고통은 한결 덜어줄 수 있었단 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4~25일 전국 성인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찬성률은 무려 78.3%에 이른다. 또 탄핵확정시 박 대통령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76.5%다.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는 책임정치를 근간으로 한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내용의 정치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함으로써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대통령 구속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에도 야당은 특검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우려되는 것은 야당 특히 민주당의 오만과 착각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이고, 이른바 보수진영 주자와의 격차가 너무 큰 탓이기도 하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보면 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문 전 대표는 외연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사, 민주당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인사를 영입, 논란의 불씨를 계속 키우고 있다. 안 지사는 시대적 과제인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연립정부를 거론하는 등 촛불의 요구에 사실상 배치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양자 모두 집토끼에 대한 배려없이 산토끼 중 일부를 건지면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듯 하다.

1000만 촛불이 바른정당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또는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집토끼’여서가 아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정책보다 이들 양당의 정책이 자신들의 요구를 비교적 담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정치행보가 재벌보다 서민친화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확장성’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강점을 버리고 있다. 집토끼가 없으면 산토끼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착각과 오만 속에서 잊고 있는 것이다.

대선투표일 까지는 앞으로도 두달 이상 남았고, 그 기간 중 이합집산 등 정치지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현재의 탄핵정국을 주도하고, 책임있는 결정과 함께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 당일 야권성향의 지지율은 어찌될지 모른다. 야권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따라 1000만 촛불이 만들어준 구시대 청산의 절대절명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00만 촛불의 희생과 헌신을 무로 돌리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