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합의…권력욕에 눈 먼 3당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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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개헌안 합의…권력욕에 눈 먼 3당야합 국민을 ‘핫바지’로만 생각한 야합세력의 오만·방자

기사입력2017-03-15 17:1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15일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개헌안에 합의했다. 이들 3당은 5월9일 있을 19대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며 속도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자구 수정을 거쳐 (개헌안을) 법제처에 보낼 것”이라며 “이번 주말쯤 (개헌안이) 완성이 되면 당 의원들에게 내용을 전하고, 다음 주 월요일(20일) 각 당 의원총회를 열어 단일안을 확정지으려 한다. 다음 주중 150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연실색’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무슨 짓을 해서든 권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목적밖에 없는 이번 ‘3당 야합’은 구차스러움을 넘어 천박스럽기까지 하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묵인·방조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그렇다고 치자. 박근혜 정권하에서 야당이었던 국민의당은 왜, 이들 국정농단의 부역집단과 야합을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답‘이 명확해진다.

‘어차피 먹지 못할 감 찔러나 보자’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대선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섭섭할 수 있다. 국민의당 스스로의 힘으로는 대통령을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을 이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권후보가 몰려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는 꼴은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늘이 도와 개헌을 고리로 민주당내 이탈세력이 나오면 反문재인 ‘빅텐트’ 속에서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요행수도 기대한 듯하다.

대선까지는 길어봐야 50여일을 앞두고 있다. 3당 야합이 공고해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국회에 발의됐다고 하자.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개헌안 발의 이후 20일 이상의 공고를 거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정의당을 제외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숫자만 121명이다. 3당 야합세력은 개헌안 국회통과를 위해 21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을 데려와야만 한다. 혹여 있을지도 모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무슨 명분으로 야합세력에 동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3당 야합세력은 민주당내 이른바 ‘개헌파’에 기대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패권정치’를 거론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또 옛 새누리당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던 ‘親박 패권’은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 반면 親문 패권은 실체 자체도 사실 불분명하다. 개인의 선호여부를 떠나 문 전대표는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하고 있다. 親문 패권 주장은 특정 정치인 또는 세력에겐 동의되는지 몰라도, 국민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헌안이 우여곡절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고 가정하자. 국회통과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쳐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개헌이 확정된다. 연합뉴스·KBS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204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전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2.7%에 불과했다. 반면 ‘대선 후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은 45.8%로 과반에 육박했고,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10.3%에 이른다. 대선 전 개헌반대 여론이 과반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지형이다.

3당 야합에 의한 개헌추진은 법적 절차와 국민여론상 불가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핫바지’로만 생각하는 3당 야합세력의 오만과 방자함 때문이라도 개헌은 실현될 수 없다. 3당 수뇌부 일부가 밀실에서 몇 일만에 ‘뚝딱’ 개헌안을 만든 다음, 국민들에게 ‘주는 대로 받아 먹으라’고 한다. 이게 자신을 입법기관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할 짓인지 진짜 묻고 싶다. 헌법의 골간인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의견을 들었다는 얘기는 없다. 3당 야합세력의 관심은 오로지 권력구조의 개편 또는 분점이다. 이마저도 시간이 없으니 50여일만에 결정하라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욕심과 몰염치로 똘똘 뭉친 이들이, 국회의원직을 꿰차고 있는 현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3당 야합세력이 얘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짐작컨대 대통령의 권한을 부분적으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 아니 정확하게 꼬집으면 국회의원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의원들의 온갖 ‘갑질’이 문제가 돼 200여가지 특권 중 몇 개를 내려놓니 하면서 반성 코스프레를 보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움켜줬던 특권 중 내놓는 것이 몇 개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권력을 남용하고 사유화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600만 이상의 촛불과 국민에 의해 이미 단죄되고 있다. 3당 야합세력을 포함 국회의원 300명 개개인에게 묻는다. 헌법에 명시된 입법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했는지 묻고자 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해 법치국가를 세우라는 헌법의 가치를 성실하게 이행했는지도 묻고 싶다.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직무이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다면, 개헌을 추진해도 좋다. 그러나 청와대와 지근거리에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었음에도 나라를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놓았다. 일말의 반성이나 책임은 통감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개헌타령에 동의해 줄 수 있는 국민은 없다.

3당 야합세력의 개헌합의 이후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이 공공연히 헌법불복을 외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개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어 안 전 대표는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전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개헌의) 가장 적절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오전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의원 모두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정신줄을 놓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그나마 위안이 된다.

대선까지는 아직 50여일이 남았고,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제 정당·각 당 후보간 합종연횡 또는 이합집산 등 정치권이 요동칠 것은 분명하다. 정당정치의 속성상 권력쟁투와 대권투쟁은 불가피하다. 정파의 이익 또는 이념에 따라 맺고 끊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대립과 갈등을 색안경을 끼고만 볼 일은 아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선거 당일까지 온갖 화력을 동원해 상대 당과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방어함으로써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후회없는 한판 싸움이 있어야만 패배한 정당도 흔쾌히 승복할 수 있고, 차기를 준비하면서 모자란 부분도 채울 수 있다. 고만고만한 후보들 중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국민도 분명한 대립구도가 될 때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함으로써 최악의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준법과 공정이다. 선거관련법으로 정해진 것 이외 선거 관련 행위는 상식과 통념에 따라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책·공약에 대한 검증과 논쟁은 반칙만 동원되지 않는다면 치열할수록 좋다. 3당 야합은 반칙 중에서도 가장 비겁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테러’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치권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절대권력과의 투쟁을 통해 확보한 진지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헌법의 정신이자 국민의 요구인 ‘주권재민’의 원칙을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세울 수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또 다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면,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