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에 분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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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전직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에 분노를 느낀다 삼성동 사가 ‘농성’ 중단시켜 실체를 낱낱이 보여줘야

기사입력2017-03-27 16:4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검찰이 27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적시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지 6일만에 청구된 구속영장이다.

이날 검찰은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 (이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다. 마땅한 결정이고, 헌법 제11조에 명시된 ‘법 앞에 평등’이 이 땅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한 몇 안되는 검찰의 결정 중 하나다.

지난 연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1차 조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사건에 대한 심리 및 결정,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과정 및 결과 그리고 이번 특별수사본부의 2차 조사 등 모두 4차례에 걸친 조사 등을 통해 진실의 일단은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 4차례의 조사를 통해 차고 넘치는 물증·증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위증을 교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구속영장 청구 사유 중 하나로 검찰이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적시한 이유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13가지 범죄혐의는 모두 대통령직 직무수행 과정에서, 또는 탄핵 직후 박 전 대통령이 범죄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행한 일들이다. 이외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보였던 추태와 반국가적 도발행위를 돌아보면 구속사유 또한 ‘차고 또 넘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헌재의 파면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헌재 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의사를 밝혀 국민적 공분을 자초했다. 삼성동 자택 도착과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검과 검찰의 수사결과 그리고 헌재의 결정이 ‘진실’에 기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강변이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헌재의 탄핵결정에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세력에 대한 사실상의 동원령이었다. 지금은 많이 수그러졌음에도 태극기 집회가 중단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결정 이전 태극기 집회 주최 측에 “여러분이 보내주신 ‘백만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습니다. 고맙고,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사실상 집회 선동문에 가깝다. 박 전 대통령의 선동문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결정 당일 태극기 집회는 폭력집회로 변했다. 그리고 집회과정에서 참석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 1명이 여전히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하지 않았다.

봉건시대 영주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농노들의 죽음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만의 ‘진실’을 위해서 다른 이는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박 전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에 분노를 느낀다. 또 일국의 대통령까지 올랐던 인물이 이러한 집회를 독려하면서까지 국가의 안위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사람의 도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독선과 아집으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송구’라는 표현이 사죄의 의미인지, 진실을 ‘외면’한 검찰과 국민에 대한 무언의 항변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재의 파면결정 이후 국민들을 상대로 한 메시지는 삼성동 사가 복귀 직후 밝힌 입장문과 검찰 조사에 앞서 했던 발언이 전부다. 어떤 발언도 내 놓지 않고 있는 것이 마치 삼성동 사가에서 ‘농성’을 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 복권을 위한 수단으로 태극기 집회를 악용하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무언의 농성’까지 가세하면서 소수이긴 하지만 여전히 태극기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악다구니를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이들을 국민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억지와 궤변은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심판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하나, 박 전 대통령의 ‘농성’은 법원의 구속결정을 통해 중단시켜야 한다. 구속수사를 통해 ‘범죄자 박근혜’ 위에 덧씌워진 허상을 벗겨냄으로써 태극기 집회를 종식시켜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이미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