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안보대선’ 프레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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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대선후보들이 ‘안보대선’ 프레임에 빠졌다 허울뿐인 안보구도 엄중 경고하고, 진정한 통합의 길 찾아야

기사입력2017-04-13 15:5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5월9일 ‘탄핵대선’은 대한민국의 지도자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미국의 주지사를 선택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안보대선’ 프레임에 빠져 전통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백악관의 눈도장만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급한 마음에 양자 모두 중원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임을 고려해도 이건 아니다. 양 후보 모두 상상과 허구의 토대위에 조작된 ‘한반도위기설’에 근거한 안보프레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장관들의 사표를 받는 것”이라며 “차관체제로 국무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장관들 대다수가 ‘최순실·박근혜’ 일당이 주도한 ‘국정농단’ 사건에 적극 가담했거나, 묵인·방조했던 부역자들이란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또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1년에 한두번도 못하는 ‘국정공백’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무능한 장관들이기에 전면 교체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이 걸린 부서’라는 이유를 들어 국방부장관은 유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국방부장관 유임문제는 다시 거론하고, 안 후보는 지난 3월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느 나라와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우선 미국과 외교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정상회담 국가 1순위로 미국을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10일 페이스북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겠다’며 “집권하게 되면 빠른 시일내 미국을 방문해서 안보위기를 돌파하고,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겠다’는데, ‘모든 것을 걸’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이 있단 말인가. 이번 탄핵대선 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중정당의 후보가 하나마나한 얘기를 맹세까지 해야만 하는 구시대 유물,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 색깔론이 정말 싫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설을 슬쩍 흘리고, 즐기는 듯한 오만방자한 미국에 대해 한마디 경고조차 하지 못하는 문 후보의 소심함, 그리고 전쟁위기설을 공공연히 유포하면서 ‘탄핵대선’이 아닌 ‘안보대선’으로 끌고 가려는 일부 보수언론을 포함 극우세력에 대한 무대책도 문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또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의 협상을 등한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시리아 폭격으로 확인된 트럼프와 김정은의 호전성은 이미 상수고, 북한의 미사일 및 핵 실험 또한 줄기차게 이어졌던 사안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지도자가 무엇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극우세력들이 덫을 놓은 안보프레임을 깨고, 색깔론을 유포하는 세력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는 것이다. 또 적폐청산을 위한 탄핵대선으로 중심을 굳건히 잡아야지, 허울뿐인 안보구도에 부화뇌동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실체도 없는 안보프레임에 한번 발을 담그는 순간, 극우세력들은 끊임없이 ‘빨갱이’가 아니란 증거를 내 놓으라할 것이다. 1000만 이상 관객이 보고 눈물을 흘렸던 영화 ‘변호인’ 제작자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였던 이들이다. 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을 ‘종북’으로 규정했던 이들이 짜 놓은 그물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억지 주장과 궤변은 외면하면 될 일이다. 악다구니를 쓰겠다고 덤비는 자에게 논리와 이성으로 대응해 봐야 이전투구로 보일 뿐이다. 국민들 대다수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양비론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말을 섞지 말라. 1800만 촛불의 염원과 함성을 기억하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얘기하라. 어설픈 논리로 통합을 얘기하지 말고, 통합의 전제가 되는 진실규명을 요구하라. 세월호의 진실을 알아야만 그에 따른 책임도 묻고, 화해와 용서도 가능하다. 섣부른 봉합으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도 없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도 없다.

이제 한민구 국방부장관 얘기를 해보자. 한 장관은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몇몇 장관과 함께 가장 먼저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할 당사자다. 한 장관은 지난해 7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사드배치 결정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드배치에 대해)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이틀 후인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사드배치가 결정됐고, 다음날 8일 한미 양국 국방부장관은 한반도 사드배치를 공식발표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장관이 ‘보고받은 바도 없다’던 사드배치가 불과 3일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 결정을 거치고, 한미간 합의까지 이뤄졌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한 장관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정권내에서 ‘왕따’를 당해 관련 정보를 정말 몰랐던지 둘 중 하나다.

한 장관의 무능 또는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3월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배치 시점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한 장관은 “지금 (사드)부지를 확보한 단계이고…, 거기에 필요한 공사들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확정적으로 말하는건 제한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7일 주한미군 사령부와 국방부는 사드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 등 “사드체계의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한 장관이 거짓말을 했든, 무능했든 두가지 사유 모두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하다.

특히 지금은 남북간 그리고 안보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무능한 또는 거짓말하는 장관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야 말로 국가안보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똑같다. 안철수 후보가 정녕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그때그때 필요에 따른 약속을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고 대안이 담긴 정제된 얘기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