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해조정으로 北 핵개발시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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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美中 이해조정으로 北 핵개발시도 막을 수 있다 차기정부 결정사안인데 ‘사드’ 강행…美中 사이에서 자충수 외교

기사입력2017-04-27 14:4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어코 한반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것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탄핵대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무엇이 그리 조급한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짓말로 ‘나라가 이 모양이 됐다’는 탄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박근혜정권의 부역자들이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사드배치 ‘알박기’를 강행함으로써 한반도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격통제 레이더 등 사드의 핵심장비가 26일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되기 전까지, 대선후보 모두를 포함 우리국민들은 사드배치가 차기정부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았다. 사드배치에 대한 차기정부의 ‘결정권’을 국민들이 신뢰한 데는, 한미양국의 찰떡같은 ‘거짓말 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드배치를 당장 중단하고, 한미 양국정부는 한국 국민의 자긍심을 내팽개친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부터 해야 한다. 사드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드를 통해 북핵개발 저지 및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차기정부 출범일인 다음달 9일까지 불과 12일을 기다리지 못할 이유는 단 한가지도 없다.

최근 방한했던 펜스 미국부통령이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에, 백악관은 사드배치 완료와 실제 운용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내리게 될 결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현재 진행상황을 봐서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악관의 입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드배치문제 해결주체가 차기정부의 몫이라 믿게 하고, 보름도 채 되지 않아 국민들의 뒤통수를 쳤다. 거짓말을 다반사로 했던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는 그렇더라도, 미국정부까지 한국국민을 속인 것은 그냥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사드전개란 자국의 목적달성을 위해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고, 일언반구 변명조차 하지않은 미국정부의 후안무치에 할 말을 잃었다.

사드를 지금 시점에 도입하면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성주골프장에 사드장비가 배치된 직후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사드배치는 전략 균형을 파괴하고, 긴장 정세를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며 “중국 측은 반드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사드도입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중국발 제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총체적 난국이 도래했다.

중국의 협조없이 남한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정권의 붕괴뿐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책임있는 정부라면 ‘희망’에 근거하지 않고 ‘현실’에 기반한 안보정책을 펼쳐야 한다.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열린 공간으로 인도하지 못한다면, 북한정권은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핵과 미사일을 끊임없이 개발할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어렵겠지만, 이것이 엄혹한 국제정세다. 또 북한의 핵개발 능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정부와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의 위기는 심화되고, 최악의 상황에선 남북 모두 공멸할 수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해리스 사령관은 26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와이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추가로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사일기지를 하와이 보다는 성주골프장에 배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효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한반도 사드배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만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기지 방어를 포함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정권도 호전적이지만 미국 또한 전쟁을 ‘산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나라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994년 영변 핵시설물에 대한 ‘서지컬 스트라이크(외과 수술식 타격)’ 계획을 수립, 시행 직전에 포기한 사례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회고록에 나온 내용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미국은 시리아와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폭격을 감행했다. 4월 ‘한반도 전쟁설’, ‘북한선제타격설’ 등이 백악관 주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미국정부내 ‘전쟁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고,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내 호전세력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미외교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북한정권에 대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관계 회복 또한 한미동맹 못지 않게 시급하다. 미국의 이익과 중국의 이해를 조정함으로써 북한정권의 핵개발시도를 저지하고,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성주골프장에 사드배치가 완료되는 순간, 차기정부가 중국에게 줄 수 있는 카드도 없어지고,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반대적 급부 또한 사라진다. 자력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외통수로 몰아가는 자충수 외교는 이제 바꿔야 한다.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과 미·중간의 전략적 균형, 삼국간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차기정부의 해법이 나올 때까지 사드배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특히 선출되지 않은 권력,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있는 자들이 한반도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결정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번 탄핵대선에 나선 대선후보들은 불법과 거짓말로 점철된 사드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또한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졸속적인 사드배치를 결정한 자들에 대해 차기정부가 분명한 죄과를 묻겠다는 엄중한 경고도 덧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