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시대’ 개막…갈 길 멀고, 해야할 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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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촛불의 시대’ 개막…갈 길 멀고, 해야할 일 많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펴기위해 강제적·비상한 수단 필요

기사입력2017-05-08 14:3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오늘 자정이면 ‘탄핵대선’ 선거운동이 종료된다. 내일 오전 6시 투표가 개시되고, 저녁 8시면 투표종료와 함께 출구조사가 발표되면 ‘탄핵대선’의 진정한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가 박빙이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선자 윤곽은 몇시간 늦춰지는 정도일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대통령 당선자 발표와 함께 ‘박근혜 체제’는 종식된다. 국민을 배반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림으로써 이번 탄핵대선의 장을 만들었던 ‘촛불’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시작된다. 1800만 촛불과 국민대중이 투표권 행사를 통해 ‘촛불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그러나 촛불의 명령인 ‘주권재민’ 원칙과 ‘경제민주화’ 이념이 반석위에 오르기까지 가야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태산이다.

누가 당선되든 ‘위대한 국민 또는 촛불의 승리’ 등의 당선소감이 신문지면을 도배할 것이다. 바로 이어 대다수 언론들은 ‘대통합’의 주문을 쏟아낼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구여권세력들은 탕평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국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등의 겁박도 서슴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누차 얘기했지만 대통합의 전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통한 철저한 과거청산이다. ‘정국의 혼란’이란 것 또한 여의도 구태세력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할 뿐, 서민대중의 삶과는 무관하다. 길게는 해방 이후, 짧게는 최근 10년간 뿌리 깊이 박힌 적폐청산을 위해서 다소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정치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이다. 또 경제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함으로써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기위해 감내해야 할 대가다. 진실을 마주하고 헤쳐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촛불의 시대’는 단 하루도 유지할 수 없다.

19대 대통령은 당선 이후 상당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을 포함 고위관료들과 동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촛불의 명령과 신임 대통령의 의지를 집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권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재벌대기업을 포함 이들의 비호를 받는 구태 정치집단이 여전히 여의도에 머물러 있다. 낡아빠진 조직과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혼없는 관료들의 저항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예전보다는 힘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일부 언론의 딴지걸기 역시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신임 대통령의 결단은 단호하고, 신속해야만 구체제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제압할 수 있다. 신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온전히 관철할 수 있는 공적조직을 최단시간내 구축할 때만이 차기정부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차기정부의 성패는 1기 내각을 누구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참여정부 때의 경험에 비춰, (각 부처 장관들을) 100% 개혁적인 인사 일색으로 가야 한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통상학부)의 말이다. 어설픈 ‘화합과 통합’으로 실패한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으란 얘기다. 이 교수는 또 “참여정부 때는 ‘개혁과 보수의 조화’를 중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이 그랬다. 대통령이 개혁적이니 국무총리는 좀 보수적이어도 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혁적이니 경제부총리는 경제관료를 시켜도 된다, 사회정책 장관들은 진보적이니 경제정책 장관들은 보수적으로 가자는 식으로 조화와 균형을 꾀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참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차기정부) 임기 5년 중에 초반 2년은 개혁, 후반 3년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에서 민주주의 기본원칙조차 무너진 현실을 목도한 이 교수의 조언이다. 어설픈 ‘조화와 균형’이 가져온 결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1%의 특권층과 99%의 서민대중간의 극단적인 양극화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헬조선’이라고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의 아픔을 되새겨야 한다. 희미한 가로등 밑을 배회하며, 폐지를 주워서 연명하는 노인들의 서러움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온 가족이 매달려도 최저임금 수준의 벌이에 만족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비애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사회 공동체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장애인·고령자·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되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합’, ‘화합과 통합’, ‘개혁과 보수의 조화’는 양자간 정치·사회·경제·문화적인 역학관계가 어느 정도 균형이 갖춰져 있을 때 통용될 수 있는 정치철학이다. 지금과 같이 1%가 모든 것을 가진 사회에선 강제적이고, 비상한 수단없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청년·비정규직·노인 등 사회안전망 부재로 고통받고 있는 99%의 서민대중을 언제나 기억하면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란 말이다.

‘박근혜 체제’를 끝장낸 것은 정치권이 아닌 1800만 촛불과 국민대중이었다. 촛불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차기정부는 새로운 민주주의공화국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그 시금석이 개혁내각 구성이다. 모쪼록 논공행상이 아닌 개혁적인 인사들로 1기 내각을 꾸릴 것을 당부한다. 촛불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차기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99% 서민대중에게 희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