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코레일 적자, 공공서비스 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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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철도민영화…코레일 적자, 공공서비스 질 악화 ㈜SR, 사기업에 넘어갔다면 ‘아찔’…통합하든, 공공서비스 강화해야

기사입력2017-07-06 17:1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레일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478억원, 연말에 예상되는 적자규모는 2000억원대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년 연속 이어진 1500억원 안팎의 흑자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2005년 철도청에서 공사(코레일)로 전환된 이후 2013년까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다, 2014년 최초 흑자로 돌아섰지만 3년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코레일의 발목을 잡은 것은 웃기게도 아들기업 ㈜SR이 운영하는 수서발 고속철도(SRT)다. 지난해 12월 개통 이후 한달만에 이용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SRT의 질주가 무섭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고속철도(KTX) 대비 10% 저렴한 요금과 ㈜SR의 차별화된 마케팅이 잘나가는 원인이란다. 무엇보다 강남·강동·경기동부지역에서 수서역 접근이 편해 KTX 이용객이 SRT로 이동했다고 한다.

㈜SR의 대주주는 공기업인 코레일(41%)이다. 나머지 주주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31.5%), 중소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 역시 사기업과는 무관한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주주의 구성을 보아도, ㈜SR이 제공하는 철도운송서비스의 성질에 비춰봐도, ㈜SR 법인의 성격은 수익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사기업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자회사인 SRT가 잘 달리면 코레일이 돈을 벌지 못하고, SRT가 멈추면 코레일은 투자한 돈을 날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양사간 경쟁의 본질은 ‘제로섬’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돈을 많이 벌든 국민은 세금을 날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코레일과 ㈜SR의 경쟁으로, 국민이라면 ‘평등하게’ 누려야 할 운송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SR과 코레일을 통합하든, ㈜SR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든 철도운송서비스의 공적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진은 KTX산천.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정부로부터 코레일이 받은 공익서비스(PSO) 보상예산은 3509억원이다. PSO 보상예산은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무임운송 및 운임할인 ▲이용객이 적은 벽지노선 운영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예산을 말한다. 그런데 올해 PSO 보상예산은 지난해 대비 547억원(15%) 감액한 2962억원이고, 특히 벽지노선 보상예산은 2111억원에서 무려 31%(650억)나 삭감해 1461억원으로 책정됐다.

PSO 보상예산 삭감에 따라 코레일은 정선·태백·영동·경북·대구·경전·동해남부선 운행횟수를 절반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의 벽지노선 축소안을 지난해 연말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벽지노선 축소안 재검토를 코레일에 지시했다. 그러나 2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의 요구를 국토부가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SR은 SRT 운용으로 돈을 벌었고, 코레일 또한 자회사 투자지분에 대한 배당을 통해 돈을 벌었다. 양사 모두 ‘수익’을 얻었음에도, 애꿎게 벽지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벽지주민에 대한 운송서비스 절반 감축은 시작에 불과하다. 적자경영을 이유로 앞으로 코레일은 벽지노선을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 철도사업 독점을 깨고, 경쟁을 통해 이용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적자경영도 해소하겠다는 민영화정책의 결과물이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RT와 KTX는 애초부터 시장에서 경쟁이 될 수 없는 보완재였다. SRT 개통 이전 고속철도(KTX)는 한국철도망에서 유일한 흑자노선이었다. KTX에서 나온 수익으로 화물운송과 벽지노선을 포함 무궁화·새마을호 등 일반 철도의 적자를 코레일이 부담했다. 코레일이 전국적으로 600개가 넘는 역을 관리하고, 우리나라의 철도운송망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고속철도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런데 SRT 개통으로 운영사인 ㈜SR은 수익만 챙기고, 종래 코레일이 담당했던 공적서비스 제공이란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SR이 관리하는 역이라고 해봐야 수서, 동탄, 지제역뿐이다. 차량정비, 전기 및 시설의 유지·보수도 코레일이 맡아서 한다. 운행차량 32편중 22편은 코레일에서 임대했다. 철로가 이미 깔려있는 상태에서 SRT 운행에 대한 책임 대부분 역시 코레일의 몫이다. ㈜SR이 하는 일이라곤 돈을 그저 줍는 일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철도민영화가 아직 완전하게 이행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만약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민영화론자들이 추진했던 당초 계획대로 ㈜SR이 아닌 사기업에 지분이 모두 넘어갔다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다. 벽지노선 축소안은 이미 이행됐고, 적자노선 폐지 그리고 상당수의 기차역은 폐쇄됐을 것이다. 민영화의 종착역에선 돈없는 사람에게는 공적서비스도 중단된다.

‘큰 정부’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공부문 강화를 통해 공적서비스의 양과 질을 제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조직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민영화 지상주의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눈길을 거두지 말 것을 당부한다. 철도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산간벽지에 적자를 이유로 기차를 보내지 않으면, 해당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된다. 상대적으로 저가의 철도를 통해 출근·통학 등을 하는 운송취약계층의 생활상 편의를 박탈하면,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집중현상에 따라 중심은 비대해지고 주변은 갈수록 낙후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에 가장 저렴한 운송수단인 철도운행을 중단한다면, 낙후지역에 대한 차별과 함께 불균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SR과 코레일을 통합하든, ㈜SR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든 철도운송서비스의 공적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