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고금리대출 ↑, 소득주도 성장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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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中企 고금리대출 ↑, 소득주도 성장 요원해진다 中企의무대출-금융중개지원 연계 강화…취약기업 금융접근성 보장을

기사입력2017-08-28 17:4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기준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113조4245억원, 전년말과 비교하면 16조3948억원(16.9%) 이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증가액만 전년 동기(8조8172억원)대비 두배 수준이고, 한국은행이 관련통계를 처음 낸 2013년 이후 반기기준으론 최대 증가폭이다.

이같이 급증한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 차주의 대다수는 영세한 중소기업 또는 자금사정이 빠듯한 소상공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 또는 대기업이 시중은행의 두배 이상인 고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금액의 85.2%는 개인사업자를 포함 중소기업 대출이다.

이들 금융취약기업의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다.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부동산·음식업·숙박업 등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 통해 사실상의 가계대출인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1금융권에 이어 가계대출 규제를 받는 제2금융권이 활로모색을 위해 기업대출 영업력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취약기업의 제2금융권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이든, 문제는 이들이 부담해야하는 이자부담이 가중됨으로써 빚으로 빚을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또는 내년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영세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향후 자금조달 여건은 지금보다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 예정된 것이다. 미국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면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됨으로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세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대출급증,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경제에는 부담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들 금융취약기업의 금융접근성을 보장할 해법이 없어 국민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준수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위반은행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가장 확실한 해법은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시 담보대출 중심에서 기술 및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취약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의 문턱을 낮추는 과제는 기존의 시중은행 영업관행 및 대출평가시스템 개선, 금융당국과 은행간의 협의·조정이 필요한 중장기적인 과제다.

이와 병행해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무대출제도’와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당국의 결정만으로도 금융취약기업의 금융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의무대출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증가액중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제도다. 이때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실적에 따라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리 0.50%∼0.75%의 저리로 금융기관에 공급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지방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의 경우 원화금융자금 대출증가액의 45%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전년대비 5조원 늘어난 25조원을 배정했음에도, 시중은행 13곳중 9곳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중소기업대출비율에 충족하지 못한 은행이 2012년 9곳, 2013~2014년 7곳, 2015년 6곳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 다시 9곳으로 증가했다. 이에대해 중소기업계는 은행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0.5~0.75%짜리 자금을 공급받아 3%대의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비난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준수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간 콜금리와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굳이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받기 보다는, 은행간 콜자금을 통해 ‘정상적인’ 대출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금융중개지원대출제가 있음에도 중소기업대출비율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금융취약기업에 대한 홀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무대출제도와 금융중개지원대출제의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취약기업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준수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위반은행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문재인정부의 성장전략인 ‘소득 주도 성장’의 주력군은 근로자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소상공인이다. 성장동력인 이들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급증세는 소득 주도 성장 자체를 가로막는 위험요인이다. 정부지원책을 통해 금리를 깎아줘도 시원치 않은데,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고금리 부담을 떠넘기는 금융환경은 개선돼야 한다. 중소기업대출의무제도 및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의 연계성을 강화해 금융취약기업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최근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고금리 대출 추이를 꼼꼼히 점검해 이들의 금리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앞서 지적했듯이, 금융취약기업의 금융접근성를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 또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