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오뚜기 초청한 문 대통령,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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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중견기업’ 오뚜기 초청한 문 대통령, 그 속내는? ‘1등’ 자랑해 온 대기업, 오뚜기가 주는 감동에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기사입력2017-07-26 16:2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7,28일 양일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간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그런데 이 날의 주인공은 대통령도 재벌그룹 삼성, 현대도 아닌 ‘중견기업 오뚜기’가 될 것 같다.

1969년 창립 이후 라면 등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하는 오뚜기.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브랜드여서 대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산기준 국내 재계순위 90위권의 ‘중견기업’이다. 국가경제를 두고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폭넓으면서도 구체적인 얘기들이 오갈수 있는 자리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운영 기조가 유지됐던 종래의 풍토를 감안하면 대기업, 그것도 재벌총수들이 초청되는 것은 당연한 관례일지도 모른다. 실제 이번 간담회에는 15대그룹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그룹과 상생협력 우수중견기업 오뚜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5월13일 경기 과천 서울랜드 피크닉장에서 개최된 ‘제22회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발’에 150팀의 가족들이 참가, 열띤 요리 경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견기업 오뚜기의 청와대 초청은 상생협력과 일자리창출에 있어 모범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기준, 오뚜기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기간제노동자는 36명으로 비정규직의 비중은 1.16%에 불과하다. 2015년말 기준으로는 전체 노동자중 ‘기간제’란 접두어가 붙은 노동자는 한명도 없을 정도로 ‘가족경영’에 집중해왔다.

기업이 고질적으로 범하는 ‘불법상속’ 부문에서도 오뚜기는 돋보였다. 다른 기업과 달리 편법과 꼼수를 쓰지 않고 상속세 1000억원도 나눠 냈다. 1992년부터 심장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지원해 4242명에 달하는 우리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장애인 복지재단에 남몰래 기부할만큼 사회공헌도 활발하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의 부도덕한 행동들과 대기업의 갑질에 눈살을 찌푸리던 소비자들이었다. 오랜만에 접한 중견기업 오뚜기의 훈훈한 이야기에 국민들이 열광했던 이유다. 오뚜기는 ‘갓뚜기(God+오뚜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주가는 급속히 상승했으며, 온라인에서는 앞으로 오뚜기 제품만 이용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오뚜기가 이를 목적으로 한 선행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올랐고, 보다 많은 기업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견기업중 유일하게 오뚜기를 초청한 것에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선도기업의 모범사례를 듣고자 하는 것이 기본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속내에는 ‘중견기업’이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대기업’도 본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암묵적 압박도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중견기업에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종의 중견기업 살리기를 위한 ‘혜안’을 보인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선’, 대기업은 ‘악’이란 이분법적 접근은 잘못이다. 경제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 역시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나섰고,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대기업 불신론’이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이 그 위상에 걸맞는 사회적 의무를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대기업은 소비자와 국민의 눈높이를 다시한번 인식하고 그에 맞춰야 한다. 특히 악화된 내외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더 노력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내유보금 빗장을 열어 사회를 더 좋게 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반백년간 누려 온 특권도 이제는 과감하게 내려놔야 한다. 무엇보다 ‘1등’을 자랑해 온 대기업이 오뚜기의 모범사례에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돈만 잘 벌면 그만’이란 천민적인 자본논리에 소비자는 이미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대기업에 대한 국민과 소비자의 외면은 한순간에 덮칠 수 있다.

중견기업 오뚜기가 국민과 소비자에게 주는 감동은 명료하다. 노동자에게는 ‘함께, 가족경영’을, 소비자에게는 ‘함께, 행복하도록’ 그리고 중소상인에게는 ‘꿈과 희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오뚜기 못지않게 훌륭한 경영을 펼치는 수많은 중소상공인들이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때로는 힘겨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이들은 우직하게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들도 언젠가는 청와대에 초청돼 상생이란 그릇에 담긴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