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친구들은 왜 오늘 어린이집에 안왔어?”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다른 친구들은 왜 오늘 어린이집에 안왔어?” 아이에게 차별을 가르쳐 주는 임시공휴일…서글픈 사회현상

기사입력2017-09-13 18:5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한 통의 안내문이 왔다. 10일 황금연휴의 징검다리가 될 10월2일 임시공휴일에 아이가 등원하는지 여부에 대한 수요조사였다.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라 관심도가 낮았지만, 문득 한 줄에 눈이 꽂혔다. 임시공휴일에 근무하는 당직교사에게는 관련법에 따라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게 된단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쉬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날 직장을 갈 수 밖에 없는 노동자인 부모와, 어린이집에 출근해야만 하는 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10월2일 임시공휴일 출근 유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중 24%는 ‘출근한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특히 농업종사자나 개인사업자 등 수치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더하면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이들은 더 늘어난다.

임시공휴일에 휴일근로수당을 주면서까지 업을 영위해야 하는 회사입장도 이해는 된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 물량을 맞춰야 하는 제조업이나 운수업 등의 직종은 대목장사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 오히려 조상의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일 터이니 말이다. 노동자 역시 꿈같은 10일간의 장기휴가를 챙기려다 혹시나 회사에 미운털이 박혀 고용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보니, 그저 휴일근로수당에 만족해야 할 뿐이다.

참 치열한 사회다. 임시공휴일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사업주는 ‘악덕’의 오명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노동자 10명중 7명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그 시간에 여느 때처럼 출근길에 나서면서 시린 가슴을 달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부모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자녀들이다. 10월2일 아침, 부모가 출근해야 하는 가정의 아이들 몇몇은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모여 놀며, 빨리 어두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퇴근시간에 맞춰 아이를 껴안은 부모에게 아이가 물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은 왜 오늘 어린이집에 안왔어?”

임시공휴일에 당연히 쉬는 직종도 있을 것이며, 다행스럽게 회사가 쉴 수 있게 해줘 고마워하는 직종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저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노동자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 가정의 부모이며 자식일 것이다. 만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은 한 임시공휴일은 또 다른 차별을 만드는 서글픈 사회현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