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공포…환율급등, 수출 기회로 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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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밥상머리 공포…환율급등, 수출 기회로 삼자고 올바른 세수 확충으로 복지와 내수를 탄탄히 하는 것이 답

기사입력2022-08-30 12:5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환율 급등. 우려보다 수출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지와 보수 언론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 무책임하고 어설픈 주장이다. 고환율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통용되기 힘든 주장이다. 또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경제구조상 환율 급등으로 노릴 수 있는 수출의 가격경쟁력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환율 급등을 수출 확대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은 고율가로 이어지는 국민 모두의 고통을 일부 수출 대기업의 이익과 맞바꾸자는 나쁜 강요와 다름없다.

29일 원달러 환율이 1350원으로 올라섰다. 2009년 이후 13년4개월만의 일이다. 140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 같다는 두려움을 언급하기도 한다.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때 수출 기업을 위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은 수많은 중소기업을 도산시켰고 국민들을 감당할 수 없는 물가고로 몰아넣었다. 빚을 늘려가며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기에 바빴던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정책. 그때만큼 가파르게 오르는 환율은 밥상머리의 공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정책 악몽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환율 급등의 공포, 무섭다.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론 미국의 경제정책에 의해 생겨난 환율 급등 현상이다. 미국이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오랫동안 시행된 양적 완화 정책을 돈줄을 죄는 긴축정책으로 변경하자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원달러 급등 현상을 두고 우리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건 온당치 않다. 정부에게 환율을 인위적으로 개입하라는 요구도 맞지 않다.

그러나 고환율이 경제 전반에 위기를 가중시키는 현실에서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환투기 세력의 준동을 막아야 하는 건 고환율 시기 정부가 국민경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고환율이 감당할 수 없는 물가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관리에 팔을 걷어야 할 때도 지금이다.

하지만 환투기를 막아야 할 금융당국,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나서 환율은 높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지만, 환투기 세력들에게는 당국의 적극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환투기를 막겠다는 정부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주가 조작만큼 해악이 크고 국민 전반의 피해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 환투기다.

물가도 비상이다. 식료품에서부터 공공요금까지 오르는 않는게 없을 정도다. 저소득층은 생계의 어려움과 직접 부딪히는 위기다. 최저생계비가 보장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단지 추석 물가만 잡으면 된다는 단기 대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중국 등 주요 수입국과의 관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단체나 보수 언론의 주장에 휘둘려, 수출을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경제정책으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기업과 부자 중심이라는 볼멘 소리가 많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부자 감세, 대기업 법인세 완화보다는 올바른 세수 확충으로 복지와 내수를 탄탄히 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정책 악몽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환율 급등의 공포, 무섭다.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