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해 ‘주주 충실의무’…지배구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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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상법 개정해 ‘주주 충실의무’…지배구조 개선 유상증자 ‘고려아연 사태’에서 나타난 자본시장 불합리 고쳐야

기사입력2024-11-08 09: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려아연이 최근 진행한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아연은 약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위한 차입자금을 상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경영권 분쟁이었던 사건은 고려아연이 시장교란 행위를 했다는 비난이 일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고려아연 분쟁 발생이후, 상한가를 기록하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과 함께 곤두박질 쳤다. 최근 다시 회복하는 추세이지만, 널뛰듯 커진 변동성에 주주들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강한은 지난 6일 고려아연 관련 피해 주주들을 모아 금융감독원에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하고,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가처분, 피해발생에 대한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김준태 변호사는 “15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고려아연 주식을 반값도 안 되는 67만원(예정가)에 발행해서 그 중 20%를 기존 경영진의 우호세력으로 보이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해 고려아연 기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단 31일 브리핑을 통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와 관련한 위법 여부를 집중조사하겠다고 밝히고,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차입을 통해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67만원(예정가)에 주식을 발행하는 자해전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의 행태가 ▲남은 주주의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우려 ▲유상증자 필요성, 공모가 산정방식, 제3의 전문가 의견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 여부 불확실 ▲주주를 보호해야 할 이사회(특히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선관주의에 대한 우려 등을 가져온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자본시장의 불완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부각시켰다. 지배주주들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인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구조를 바꿔야한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금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거버넌스, 주주 보호 및 자본시장의 신뢰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재벌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빈번히 나타나는 낡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기업들이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경영진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고, 독립이사 의무화, 감사의 분리선출 등을 통해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자본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회복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