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아동·청소년 SNS’ 규제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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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세계 각국에서 ‘아동·청소년 SNS’ 규제하는데 디지털 격리 증후군 등 우려…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조치일까㊤

기사입력2024-11-22 00:00

최근 세계 각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유해 콘텐츠와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를 추진하는 이들은 스마트폰과 SNS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자라나는 아동·청소년 시기만큼은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도 분분하다. 미디어가 필수재가 된 시대에, 무조건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관한 물음도 존재한다. 아동·청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스마트 기기 사용방안은 무엇일까? 통제가 아닌 보호방법은 없을까?

“아동·청소년은 SNS 안 돼요”…빗장을 거는 세계 각국

현재 청소년의 SNS 사용을 우려하며 소셜미디어 규제 법안을 내놓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노르웨이는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5세로 올리기로 했다. 청소년 SNS 중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SNS 접근 허용 연령을 올린 것이다.

최근 호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근을 금지하는 ‘SNS 연령 제한법’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부모에게 SNS 사용 동의를 받은 아동과 기존에 이미 SNS 계정을 생성한 아동에게도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과도한 SNS 사용으로 어린이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여성혐오 콘텐츠로 여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는데, 신경학자와 정신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은 어린이의 영상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한 프랑스는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내년 9월 입학철에 맞춰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과 SNS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 자라나는 아동·청소년 시기만큼은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건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회원가입 신청자가 14세 미만 아동일 때, 해당 업체가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 및 긴급 상황 대응 등의 목적을 제외하고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발의했다. 이 외에도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교내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 왔는데, 이러한 입장을 뒤집었다.

빅테크 기업들도 책임 있어…아동·청소년 보호에 나서

SNS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빅테크 기업들도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9월 자녀보호 서비스인 ‘유튜브 가족 센터’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했다. 부모는 10대 청소년 자녀가 운영하는 채널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자녀가 다른 동영상에 게시한 댓글 수와 구독하는 채널 수도 확인할 수 있다. 자녀가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하면 부모에게 알림이 전송된다.

메타는 지난 9월부터 인스타그램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청소년 보호조치를 시행했으며, 국내에도 내년 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스타그램에서 청소년 계정은 비공개 계정으로 자동 전환된다. 개인 메시지(DM)는 청소년 사용자가 직접 팔로우하거나 이미 맞팔로우한 사용자에게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해 낯선 이의 접근을 통제한다. 또한 선정적이거나 민감한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한다. 청소년 사용자가 60분 이상 앱을 사용하면 알림이 표시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 사이에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부모 감독기능도 있다.

팝콘 브레인, 디지털 격리 증후군…‘불안 세대’의 탄생

이같은 제한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아동·청소년들의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 및 중독 문제 때문이다.

<자료=여성가족부,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 발표>

여성가족부는 지난 7월 전국 학령 전환기(초4, 중1, 고1) 청소년(124만9317명)과 보호자(25만6699명)가 참여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은 22만1029명으로, 전체 청소년 조사 대상자의 17.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은 뇌와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이러한 시기에 스마트폰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두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스마트폰 중독의 부작용으로 집중력 및 주의력 저하, 충동 조절능력 약화, 학업 성취 저하, 수면 장애, 우울증, 정서 불안 등 정신건강 악화를 우려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몰입하다 보면 인간의 뇌가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같은 현상을 ‘팝콘 브레인’이라고 한다.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현실 적응에는 무감각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또한 아동·청소년 시기에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정서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대면 소통의 기회가 줄어든다.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모바일·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을 훨씬 더 편안하게 느끼는 현상을 ‘디지털 격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흥미를 잃고, 교감능력이 떨어지며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를 통해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지 소개했다. 그는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재편된 것이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정신적 붕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른들은 현실세계에서는 아이들을 과잉 보호하면서 정작 가상세계에서는 지나치게 과소 보호하며, 작은 좌절과 스트레스에도 지나치게 예민하고 무기력과 우울로 고통받는 ‘불안 세대’를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진짜 현실에 기반을 둔 아동기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