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서 다수당에 맞서기 위해 소수당이 뭉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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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의회에서 다수당에 맞서기 위해 소수당이 뭉치다 Weather Metaphor ③torrent, thunder, lighting, rainbow

기사입력2022-07-15 10:21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장마(rainy spell)가 오면,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하늘 위에서 마치 양동이로 물을 붓듯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을 미국 영어에서도 우리말과 유사하게 ‘rain in buckets’라고 잘 표현한다. 이렇게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과 들 곳곳에서 급류(torrent)가 세차게 흐른다. 그래서 영어에서 세차게 내리는 폭우를 ‘torrential rain’이라고 한다. 급류(torrent)의 뜻을 은유 확대해서 어떤 일이 급작스럽게 대규모로 일어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잘 쓴다.

어떤 정치인이 양성 평등 쟁점 관련 감수성이 부족한 말을 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렬한 비판 공세를 받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The politician has faced a torrent of criticism since he made an insensitive comment on gender equality issue.

엄청난 폭우가 내릴 때 일어나는 자연의 경이 중 하나가 천둥(lightning)과 번개(lightning)다. 미국 영어에서 천둥 관련 표현으로 가장 널리 쓰는 표현이 ‘steal one’s thunder’다. 앞서 미국 사람들의 취미 생활과 관련해, 이 표현이 연극 공연(theater) 분야에서 유래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바 있다. John Dennis(1657~1734)라는 영국 극작가가 자기가 집필하고 연출한 연극 무대에서 천둥소리를 실감 나게 내려고 양철 등을 이용해 천둥소리 내는 장치를 발명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연극의 공연은 흥행에 실패한 후, 얼마 후 같은 극장에서 Shakespeare가 쓴 Macbeth의 공연에서 자신이 발명한 천둥소리를 그대로 사용해서 자신의 발명품이 도용된 허탈한 감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후 ‘steal one’s thunder’라는 표현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현대 영어에서는 자기가 어떤 기발한 생각이 나서 말하려고 했는데 바로 앞서서 다른 사람이 그것을 가로채듯이 먼저 말했을 때 ‘He(She) has stolen my thunder’라고 흔히 쓰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회의 중 자기가 막 좋은 생각을 말하려는 했는데 바로 직전에 동료가 같은 생각을 말했다면 다음과 같이 그 허탈감을 표현하고 추가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Jenny has stolen my thunder. I had exactly the same idea. I still have something to add, though.

번개는 매우 빠른 속도를 강조하는 뜻의 표현에 잘 응용된다. 예를 들어서 권투 경기에서 잘 쓰는 용어로 선수가 주먹을 내는 속도가 매우 빠를 때 ‘He’s got lightning-quick hands’라고 흔히 말한다.

‘lightning-quick’은 또한 고급 자동차의 성능을 자랑하는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데 기아 변속을 부드러우면서도 번개처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낼 때 잘 쓴다.

This car boasts of silky smooth, yet lightning-quick shifts.

의회에서 비록 정치이념이 다르지만 여러 소수정당이 2개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서 뭉쳤다면 ‘rainbow coalition(무지개 연합)’이라고 표현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무지개(rainbow)는 비가 오고 난 후 경험하는 가장 경이로운 자연 현상이다. 한참 비가 오다가 어두운 먹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햇빛과 함께 하늘 위에 살포시 아름다운 일곱 색깔 무지개가 뜨는 광경은 신비스러운 장관이다. 미국 영어에는 무지개의 형상적 특이성과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자연 현상으로서의 희소성 등의 특징을 은유 확대한 표현들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가장 먼저 무지개하면 연상되는 것이 일곱 색깔인데, 이 특징을 은유 확대해서 ‘a (whole) rainbow of~’라는 표현을 잘 쓴다. 종류가 많아서 선택할 것이 많다는 뜻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인문학과 예술 분야는 물론 생활과학 관련 과목 등 매우 광범위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음을 홍보하는 문구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흔히 등장한다.

There is a whole rainbow of courses to choose from.

유사한 맥락에서 은유 확대된 표현으로 정치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가 있다. ‘rainbow coalition’은 말 그대로 우리말로 ‘무지개 연합’으로 번역해서 잘 쓰는데 ‘소수정당 연합’이라는 뜻을 잘 전달한다.

예를 들어서 의회에서 비록 정치이념이 다르지만 여러 소수정당이 2개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서 뭉쳐서 무지개 연합을 만들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A group of ideologically unrelated political parties formed a rainbow coalition, united by opposition to two dominant parties.

무지개가 특별한 이유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희소성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고 집중호우가 세차게 내릴 때는 무지개를 볼 수 없다. 폭풍과 폭우가 사라지고 나서 기상조건이 맞아야만 아름다운 무지개가 하늘 위에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고통과 눈물이 지속되던 절망의 시간이 끝나고 난 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느끼는 순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적 유사성에 기초해서 생긴 표현이 ‘rainbow baby’이다. 고통 후 찾아온 아이를 무지개 아기(rainbow baby)라고 부른다. 주로 유산(miscarriage)이나 사산(stillbirth) 후 찾아온 아이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런 고통을 당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절절한 아픔으로 저며오는데 당사자가 느꼈을 고통과 슬픔은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고 심연의 슬픔에 잠긴 부모에게 예쁜 아기가 다시 온 기쁨과 희망을 우리는 세찬 폭풍과 폭우가 끝나고 하늘에 찬란하게 나타난 무지개를 보았을 때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감정을 떠올리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소중한 아이를 ‘rainbow baby’라고 했을 것이다.

어느 부부가 3번의 연속된 유산의 아픔 끝에 소중한 아이를 낳았다면 다음과 같이 그 기쁨을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The couple is full of joy to have rainbow baby after 3 successive miscarriages.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