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과 자연스러운 실수를 포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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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불완전함과 자연스러운 실수를 포용하다 보스코 소디 개인전 ‘Dawns’…11월24일까지 조현화랑

기사입력2024-11-05 11:2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독특한 질감의 부조 회화로 잘 알려진 멕시코 출신 작가 보스코 소디(Bosco Sodi, 1970년, 멕시코시티)의 개인전 ‘Dawns’가 11월24일까지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소디는 나무, 점토, 돌, 톱밥, 삼베 등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osco Sodi, ‘Untitled’, 2024, Volcanic rock glazed in gold, 25×29×22cm.

전시는 자연 속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주목하는 보스코 소디의 탐구를 반영한다. 새벽녘 하늘빛을 담은 단색 부조 회화와 4미터가 넘는 대형 삼베 작업시리즈, 멕시코 화산암을 사용한 신작 조각 등이 포함된다. 소디는 자연의 순환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색조와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창조의 원초적 에너지를 강조한다.

전시장 1층에는 도금된 화산암 조각과 삼베로 만든 자루에 금박과 색을 입힌 원형 작품 15점이 설치된다. 소디는 이 자루 작업을 통해 씨앗 속에 담긴 해를 은유하며, “오래된 자루는 이미 그 자체로 우주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2층에서는 해가 뜨기 전의 최초 빛을 연보라색으로 표현한 대형 부조 회화가 관객을 맞이한다.

보스코 소디는 멕시코 화산에서 수집한 돌을 가공하지 않은 채로 도금해 작품을 완성했다. 서양 중세미술에서 초월성을 상징하는 금박을 사용하듯, 소디는 24k 순금을 돌 위에 얹어 자연이 만들어낸 불완전함을 그대로 포용한다. 이는 돌의 지질학적 독창성을 상징하며, 자연이 형성한 시간이 작품에 흐르는 것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소디의 작업은 자연을 닮은 실수를 받아들이는 철학적 접근에서 비롯된다. 그는 “실수를 포용하려면 재료를 가지고 놀아야 한다”며, 고된 과정을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는 것이 작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부조 회화는 톱밥, 점토 등의 천연재료를 혼합해 제작되며,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시점이 작품의 완성으로 여겨진다. 소디는 이 균열을 “하나님의 키스”라고 부르며, 자연의 우연성을 찬미한다.

소디의 작업세계에는 일본의 미학인 와비사비(侘び寂び) 철학이 깊은 영향을 미쳤다. 와비사비는 불완전함과 자연스러운 과정의 아름다움을 포용하는 이론으로 소디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철학자였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와비사비는 불완전함과 자연의 과정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포용하는 개념이다. 커피 자루와 같은 소박한 재료를 사용해 단순한 형태를 빚어내는 그의 작업에는 자연의 실수를 받아들이는 예술적 자유가 녹아있다.

소디는 뉴욕, 멕시코,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연의 재료와 정서적 연결을 탐구하는 그의 예술세계는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