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중소기업·자영업자는 고난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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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과거 10년…중소기업·자영업자는 고난의 연속 “이제 버틸 힘 없다, 좌고우면 말고 경제개혁에 속도내야”

기사입력2017-06-16 13:3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시장의 시그널은 절박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농담도 호사스러운 푸념처럼 느껴진단다. 겨울보다는 봄이 더하고, 5월보다는 6월이 더 나쁘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늪에 자영업자들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누구 하나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다. 재래시장, 집단상가 어디를 돌아보더라도 시원한 구석이 없다.

수출이 늘어나고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친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이야기다. 집값이 들썩이고 물가가 오르는건 걱정거리가 커지는 것일 뿐, 경기회복 신호로 읽는 서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었고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자영업자에게는 여전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겨울이다.

십년을 되돌아본다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겐 고난의 연속이었다.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정책에,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재벌경제정책이 있었다. 여기에 정경유착에 따른 국정농단까지 겹치면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암울한 10년을 지내왔다. 박근혜정권의 탄핵은 ‘패행’정치에 대한 단죄였지만, 동시에 보수정권 경제정책에 대한 탄핵이기도 했다.

80%를 넘는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은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찬사다. 또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서민경제·가정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국정농단과 탄핵,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지난한 기간 동안 내수경기는 연일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경제흐름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버팀목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었고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자영업자에게는 여전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겨울이다. 사진은 한 전통시장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버틸 힘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루벌이도 안돼서 수십년 장사를 그만두는 식당들, 임대료 낼 돈이 없어 쩔쩔매는 자영업자들이다. 월말이면 직원들 월급 맞추려고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버티는 것이고, 그 버팀을 감당하지 못하면 추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시그널은 다급하고, 문재인정부의 높은 지지율은 시간 앞에서 위태로울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들의 희망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 정권이 치적을 내세울 때는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의 실적을 자랑했고, 야당의 정치공세에는 서민의 경제난을 내세워 방어했다. 스스로를 속였고 국민도 속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그렇게 해서 안된다. 수출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아도 내수경기는 여전히 얼음판이다. 수출이 늘어나고 주가가 오르니까 경기가 살아난다고,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견디라고, 이것은 지키지 못할 희망고문일 뿐이다. 과거 정권의 거짓말을 답습해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가 지금까지 내보인 경제정책 총론은 흠잡을 데가 없다. 지난 12일 대통령이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한 시정연설 또한 절박함이 읽힌다. 그러나 시장의 다급한 시그널에 비하면, 변화의 속도는 더디게만 느껴진다. 자칫 바뀌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민심이, 바꿔봐야 별 것 없다는 절망으로 옮겨간다면 경제개혁은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것이다.

주마가편이라고 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경제개혁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 수출이 늘어나고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진단 따위는 보수정권 10년의 낡은 경제 패러다임일 뿐이다. 가뭄에 다 타죽고 난 후, 장마가 진들 무슨 소용인가. 절박한 시장의 시그널에 화답할 수 있는 빠른 대응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