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숙제…평화정착, 무역마찰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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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韓美정상회담 숙제…평화정착, 무역마찰 해소 서로가 보따리 풀 차례…FTA재협상 유리하게 이끌 지혜 찾아야

기사입력2017-11-08 19:2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매우 성공적’이라는 더불어민주당 발표가 선뜻 동의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해야 할 여당의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의구심과 우려는 함구한 채 ‘진정성 있는 회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라는 자평은 지나친 자화자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현실의 한계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고 했다면, 오히려 더 수긍되는 점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국에서도 ‘미치광이’로 불릴 정도로 막말에 거침이 없다. 일부에서는 이런 막말도 사업가 수완에서 나온 전략전술이라고 보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 진짜이든, 협상파트너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려없는 협상자세와 이해하기 힘든 돌출행동에 그는 가는 곳마다 논란을 불러왔고, 자국뿐만 아니라 협상 당사국에서도 혹평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을 둘러싸고 북미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발사가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종잡을 수 없는 행동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 참화를 막아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매번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여기에 더해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한미FTA 재협상요구로 불거진 무역마찰 우려 등 연속된 파고 또한 거셌다. 이런 와중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기대만큼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7, 8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별한 돌출행동이나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을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국회연설을 통해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확인해줬고, 북한을 향해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지만, 예전의 거침없는 발언에 비한다면 오히려 평이했다. 한미FTA 협상을 둘러싸고 전방위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가, 재협상 추진이란 원론에서 좀더 나갔을 뿐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예측불허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 우려했던 무역압박이나 긴장관계 증폭없이 끝난 건 정부의 성과라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이 정도의 ‘예의’와 ‘자제된 언사’의 대가는 컸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무기 최대수입국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수십억달러의 무기구매를 다시 약속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무기구매를 미국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이용해 무기를 팔아보려는 사업가의 수완이 여지없이 발휘된 정상회담이었고, 우리로서는 ‘울며겨자먹기’의 억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똑같은 통과의례를 거친 일본정부는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아베의 ‘굴욕외교’, ‘퍼주기 외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준 ‘선물’을 아베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비난만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중요한건 지금부터다. 정상회담이 끝났으니 서로가 보따리를 풀 차례다. 미국은 정상회담 성과를 구체화하려 할 것이고, 우리 또한 국익을 우선으로 합의 과정 및 결과 모두를 되짚어봐야 한다. 수십억달러의 무기구매를 하더라도 자주국방을 강화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만 한다. 고철덩어리 전투기로 국고만 낭비하는 방산비리를 다시 재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또 한미FTA 개정협상이 양국 정상간의 합의라면,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여론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벌이익을 위해 농민,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밀실협상을 국익으로 둔갑시켜서는 안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무역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방문에서 보여줬던 예의와 격식도 언제까지 유지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은 끝난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랑하는 일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하고 무역마찰을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이끄는 지혜를 찾을 때다. 자랑은 그 때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