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직면한 첫번째 고민, ‘노동법률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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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스타트업이 직면한 첫번째 고민, ‘노동법률분쟁’ ‘근로자성’ 인정돼야 노동법 보호대상…적법한 인사노무체계 필요

기사입력2017-12-19 19: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타트업 A사는 직원 채용과정에서 입사지원자 B가 이력서에 허위경력을 기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채용했다. 채용후 2일이 지난 시점에 B의 허위경력 기재사실을 확인한 A사 대표는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B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왜 회사를 나가야 하나요”라는 질의를 했고, 이에대해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해고통보 이후 2개월이 좀 지났을 때 A사는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B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진 지노위와 중노위 심판 모두 해고사유는 판단하지 않고 ‘해고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판정을 받았다. A사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2년간 다퉜지만 부당해고판결이 확정됐다. 결국 A사는 B가 일하지 않았던 소송기간, 2년치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A사는 해고의 기본 절차인 ‘정당한 이유’, ‘해고시기 제한’, ‘해고의 예고’, ‘해고의 서면통지’ 등을 지키기 않아 부당해고로 인정한 경우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업을 운영하며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분쟁은 노동법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근로자의 고용부터 퇴직까지 모든 과정은 노동법에 의해 규율되므로 관련법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숙지해야 한다.

“노동법에서는 ‘계약자유 원칙’이 부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KL기업지원센터가 19일 개최한 ‘CEO가 꼭 챙겨야할 스타트업 노무관리’ 강연에서 ‘법률사무소 훈’ 권오훈 대표변호사는 “노동 관련법에서는 계약자 사이에 합의를 하면 그 합의가 구속력을 갖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부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를 하더라도 최저임금 이하의 ‘열정페이’는 불법이며,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해고하는 상황에서도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 관련법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다양하다. 노동법을 위반하면 당사자간 계약은 무효가 되고, 과태료 등 행정벌과 벌금이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므로 자칫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노무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CEO는 노동법을 고려한 인사노무관리를 해야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권 변호사에 따르면 사업주가 노동청에서 조사받는 빈도가 높은 사건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퇴직금 ▲최저임금법 위반 ▲주휴수당 ▲연장·초과·야간·휴일 근로수당, 휴업수당 ▲해고예고수당 ▲육아휴직, 출산휴가 ▲산업재해 ▲취업규칙 미작성, 미신고 ▲노사협의회 규정 미신고 ▲외국인근로자 문제 ▲부당해고 등이다.

‘근로자성’ 인정돼야 노동법 적용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근로기준법(근기법) 등 노동법이 적용되고 관련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근기법이 정한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특정 사업주와 사용종속관계(근로계약관계)가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즉 특정 사업주와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고용될 의사가 있으면 근로자로 인정한다.

이와같은 관점의 차이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인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골프장 캐디가 그렇다. 골프장 캐디는 골프장 이용자로부터 캐디피(caddie fee)라는 봉사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골프장 사업주와 사용종속관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캐디가 노동조합 결성후 사업주와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으로 활동한 정황 등이 인정되면 노조법상 근로자다.

권 변호사는 사용종속관계에 대한 해석도 과거에 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1994년 대법원은 사용종속관계에 대해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했다.

이 당시까지 사용종속관계의 징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지휘감독을 받는지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받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보상적 성격이 있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에 의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2006년 대법원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들은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지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전 판례에서 ‘구체적, 개별적 지휘감독’ 여부에 대한 고려를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또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창출과 손실초래 등 경영위험을 부담하고 있다면 근로자가 아닌 독립 사업자로 봤다.

등기임원, 특수형태근로자…근로자성 존부 다툼이 자주 발생

CKL기업지원센터가 19일 개최한 CEO가 꼭 챙겨야할 스타트업 노무관리 강연에서 권오훈 ‘법률사무소 훈’ 대표변호사는 “노동관련 법에서는 계약자 사이에 합의를 하면 그 합의가 구속력을 갖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권 변호사는 근로자성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는 회사의 임원이거나 특수형태 근로자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등기임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위임관계로 보며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이라 하더라도 회사나 대표이사의 지휘아래 대가를 지급받고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된다.

특수형태근로자로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채권추심원, 영상취재요원(VJ), 택배기사, 시청료 위탁징수원, 영어 원어민강사, 요양보호사 등이다.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경우는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정수기 코디, 지입차주, 보험설계사, 간병인, 야쿠르트 아줌마 등이다. 하지만 단순히 명칭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며, 실질적 사용종속관계 유무 등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