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정착 디딤돌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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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평화정착 디딤돌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해야 폐쇄 졸속 결정 드러나…보상금·사회적 갈등 고려, 시급히 풀 현안

기사입력2018-01-15 10:3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 ㅣ다른기사보기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화해무드로 돌아섰다. 금강산 관광길이 막힌 이후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에서는 교류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남북경협의 상징처럼 운영되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면서 대화채널까지 완전히 끊겼다. 남북은 미국과 중국을 통해 간접적 입장을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고,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했다.

미국 트럼프정권 출범은 북미관계를 한층 더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몰아넣었다.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한치 양보없는 설전은 몇번이나 한반도를 무력충돌 직전까지 끌고갔다. 사드배치로 빚어진 중국의 반발도 한반도 긴장의 또 다른 뇌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급진전된 대화국면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남북간 소통 나아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생각한다면, 단 한번의 만남은 예상보다 큰 성과를 냈다. 지난 9일 발표한 합의문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의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남북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군사당국회담,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등의 내용을 담았다. 동계올림픽 실무회담 수준을 넘어 군사당국회담, 고위급회담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더 진전된 만남의 길도 열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폐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졸속 결정이었음은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입주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짐도 챙겨 나오지 못한채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졌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정부보상금과 사회적 갈등을 생각한다면,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북한과 시급히 논의돼야 할 현안임에 틀림없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짐도 챙겨 나오지 못한채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사진은 의류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A업체가 2015년 8월 개성에 지은 신축공장의 조감도. 사무실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중기이코노미

화해와 평화공존의 안전판처럼 운영된 개성공단이 가지는 의미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화약고로 여겨지던 휴전선 부근에서 남북이 공동생산품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력·자본의 결합은 공동번영의 초석이 될 수 있음도 확인했다. 애초 북한과 합의된 내용대로라면 개성공단은 지금보다 몇배는 더 큰 규모가 되었을 것이다. 북핵문제가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전 대통령의 즉흥적 말 한마디로 국가 백년계획을 뒤집은 처사는 지금도 이해불가다.

우리의 주요 상품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 또한 적지 않은 장애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막대한 지하자원은 우리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됐던 유라시아 실크로드 구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된 서리를 맞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과 더불어 여전히 유효한 남북번영과 평화공존의 수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은 UN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범위 안에 있기에 독자적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결로 치닫던 북미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조짐도 나타났다.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문제가 제외됐지만, 공동번영과 평화정착의 디딤돌인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하루빨리 논의되고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모두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